매일신문

툇마루-200만개의 일자리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만나는 제자다. "음, 자네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가" 반가운 마음에 악수라도 건넬 요량으로 다가가면 어색한 표정으로 우물쭈물 달아나 버린다. 졸업을 하고도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학교 도서관에 계속 나오고 있는 경우임이 틀림없다.

선생 노릇하면서 이럴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 IMF관리체제가 시작된 이후, 풀이 죽은 어깨로 캠퍼스를 걷는 졸업생들이 하나 둘 아니다.

노심초사다. 그렇다고 제자 취직자리 알아보러 이리저리 다닐 푼수도 못된다. 백면서생의 무능력을 자책하고 있을 뿐이다. 누구 말처럼 쓰임새 있는 교육을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본다.

마침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노라는 포부를 밝혔다. 귀가 번쩍 뜨인다. 경축사에는 다른 계획도 제시되었지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2002년까지란다. 좀 더 앞당길 수는 없나? 선생 노릇하는 사람의 욕심이다.

김 태 일.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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