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원래 할 탓이다. 제갈량이 조조에 맞설 양으로 촉오동맹(蜀吳同盟)을 성사시키기 위해 동오(東吳)에서 벌인 군유설전(群儒舌戰)은 당시의 정세와 각자 이해의 바탕위에서 누구라도 거스를 수 없는 보편적인 논리로 상대를 설득시킨 대토론이었다.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김태동(金泰東)위원장의 16일 연설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불신과 오해를 낳기에 충분했다. 비록 국민회의 정책위 세미나 사전원고가 일부 손질되기는 했지만 그의 재벌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은 가히 「혁명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 때문이다. 이른바 「인적(人的) 청산론」을 개진하기 앞선 도입부분에서 그는 「비민주·친재벌세력의 온갖 반대와 방해를 이겨내고 집권했다」고 선언했다. 그의 말의 당부(當否)를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국민 어느계층에서도 개혁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설령 내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이를 거스를 명분은 없다는 최대공약수는 계층 모두가 이미 안고 있다. 그러나 그가 내린 전제적 선언은 사전에 개혁대상의 일부분을 미리 설정해 놓은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이 하나의 개념이나 가치가 아니고 사람 그 자체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사회 모든 조직의 중요구성원으로 있는 이들에 대한 인적청산 없이는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고 단언한 사실은 지나치게 과격해 오히려 정부 개혁의지의 오해 또는 훼손까지 염려하게 할 만큼 정제되지 못한 표현이었다. 다른 한가지 문제는 그가 강연현장에 도착해서도 「원고 그대로 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한후 삭제한 부분. 문제는 삭제를 둘러싼 소동에 대해 과연 그것이 소동 그 자체일 뿐이냐는 의심이다. 의도된 소동이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기에 남의 앞에서 하는 말은 순리와 이해에 바탕한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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