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축이야기(7) 아름다운 도시

'Less is more(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는 미스 반 데르 로헤(1886~1969.독일건축가)가 20세기 건축 전반을 인도한 모더니즘의 단순하고 명료한 기능주의적 이론을 함축시킨 말이다. 이를 비꼬아 로버트 벤츄리(1925~현재, 미국건축가)는 'Less is bore(적은 것은 지루한 것이다)'라고 반박함으로써 포스트 모던 형태의 설화적 의미 부여와 다원화를 주장하였다. 획일적인 규칙을 적용시킨 건축공간의 통일성은 결코 다양한 개개인의 삶에 유익하지도 않으며, 더 이상 견디기 힘든 단조로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마침내 이 논쟁을 'Less is sore(적은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다)'라고 까지 표현되게 하였다.

이는 기능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순수하고 간결한 건축만을 고집하던 과거에서 다양한 개성과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공간을 모색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선진 도시에서는 건축물 뿐 아니라 이미 공중전화 부스.쓰레기통.가로등과 같은 도시가구에서부터 가로.녹지 등의 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이 신개념이 적용되어 편리함을 제공하는 역할 이외에 도시미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도시는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자생적인 질서와 조직을 갖춰 나가며, 건축공간과 더불어 끝없는 성장을 계속하게 된다. 이렇게 진화하는 도시와 건축은 필연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일부 도시의 개발과정에서도 독립체로서 존재하는 건축물이 도시공간 구성을 위한 하나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경우를 접할 수 있다. 즉, 바둑판형의 고전적 공간 구획에 따라, 세금과 복잡한 건축규제를 피하고자 최소의 공사비용에 맞춰 임시성 건물로 지어질 수밖에 없었던 지역이 대단지화 되어 갑작스레 한 도시의 명소로 오인된 사례와, 자연과의 조화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으로 벽돌타일 마감에 삿갓지붕을 쓴, 천편일률적이고 무국적의 건축물로 산과 들을 채우려는, 그리고 슬레이트 지붕과 원색 건축이 주도한 새마을운동의 재현인 듯한 행정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상대적으로, 한 세기 이상을 파리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는 에펠탑이, 이질적인 소재와 생소한 형태로 인해 천년고도의 질서조직을 깨트린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기존 도시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낸 것은 이미 도시와 건축의 관계가 수평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일은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각각의 건축물들과 가로수 녹지와 같은 환경들이 필요한 기능을 충분히 다하면서 독창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도시공간의 특성과 독창적인 조화는 정체된 사고에서 나온 비슷비슷한 건축물의 반복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공간들이 어우러짐으로써 나타난다. "우리 사회는 생태학적인 위기 때문에 발전에 대하여 회의를 가지게 되고, 따라서 새로운 것을 계획하는 움직임을 감행하기 보다는 옛 것을 찾아서 재활용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발전에 대한 회의는 문화적 퇴보와 상응한다"라는 얘기는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에서 부터 발전하는 건축과 도시상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건축물은 아름답다. 여기에는 새로운 사물을 접할 때 생기는 즐거운 긴장감과 신선한 충격이 있기 때문이다. 찌그러진 깡통 같은 건축물이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고, 도시에 활력을 주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많은 활동이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역동적인 공간은 도시인의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관심과 애정은, 화랑에 걸린 한 점의 그림에도 눈을 돌리게 하고, 가로수에 집을 짓고 지저귀는 새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도록 할 것이다. 이 도시가 더욱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과 사랑을 가지고, 삭막한 콘크리트 틈새에서 움틀 녹색의 여린 새싹을 기다려 보자.

박종석 건축가.건축사 사무소 대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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