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국민스포츠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이승엽의 경이로운 홈런 질주를 보면, 물 흐르듯 유연한 스윙과 천부적 선구안 못지않게 투구를 압도하는 그의 빠른 방망이 스피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타자들 보다 배팅포인트를 몸뒤에 두면서도 임팩트 순간, 전광석화처럼 폭발시키는 스윙은 가히 일품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순간스윙이 투구속도 보다 시속 4~5㎞는 더 빨라야 반발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승엽의 방망이 스피드는 미국의 현역 가운데 순간스윙이 가장 빠른 홈런왕 맥과이어, 차세대 홈런포 캔 그리피 주니어 같은 대선수들과 맞대도 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스포츠과학지원실 안병철실장)
투수들의 강속구 경쟁
투수들 역시 우선은 강속구 경쟁이다. 20세기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놀란 라이언이 최고 시속 168㎞까지 뿌리던 전성시절에는 인간이 과연 170㎞대를 던질 수 있느냐가 뜨거운 논란거리였을 정도다. 박찬호가 미국에서 통할 수 있는 것도 평균 150㎞ 내외(최고 158㎞)를 유지하는 볼 스피드 덕분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스포츠는 스피드 싸움이다. 흔히 대표적인 「멘틀 게임」(정신적 경기)으로 꼽는 골프만 해도 스피드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일단 드라이브 거리를 최대한 내는 것이 그린 공략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골퍼들은 누구나 장타의 비결인 최고 시속 273㎞까지 공을 날릴 수 있는 헤드 스피드 늘리기에 매달리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가 세계 골프계를 호령할 수 있는 원동력 역시 바로 그 폭발적인 헤드 스피드(볼을 때리는 순간스윙)가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데 있다. 내년 미국 LPGA 직행 티켓을 확보한 박지은을 미국 골프계가 주목하고 있는 점도, 웬만한 남자선수를 능가하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그의 드라이버 괴력 때문이다.
스포츠의 꽃인 육상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CNN은 「인간이 100m를 8초대에 달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조사대상자의 3분의 1이 「그렇다」라고 답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올 봄 미국의 스프린터 모리스 그린이 9초79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을 때 스포츠과학자들은 새로운 다리 근육을 찾아낸다면 꿈의 기록인 9초60대도 가능할 것이라는 보고를 내놓은 바도 있었다. 현대 스포츠는 그처럼 무한대의 스피드 경쟁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록과 스타의 탄생을 요구하고 열광하는 대중에 부응하려 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경고
스포츠 뿐인가. 모든 분야의 키워드는 온통 스피드 일색으로 내닫고 있다. 이제 스피드는 우리 생활 전반을 관통하는 이데올로기로 급속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2000년대를 「스피드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생활전반에 혁명적인 변화의 물결이 몰아닥칠 것이며, 세상의 변화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정보화사회의 미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저서-생각의 속도) 정말 상상만으로도 현기증과 두려움이 교차해오는 전망이다. 마치 질주하는 고속도로의 난간에 붙어서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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