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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 단편소설집 '창백한 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하인리히 뵐(1917-85)의 유작 단편소설집 '창백한 개'가 작가정신에서 번역돼 나왔다.

지난 53년에 발표한 소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로 일약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뵐은 '사랑' '종교' '전쟁' 등의 모티프를 일관되게 작품속에 담아낸 소설가. 2차대전 후 암울한 시대의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인간성의 미학'을 테마로 가난하고 소외당한, 억눌린 자들을 위한 문학을 강조한 행동하는 작가였던 그는 72년 장편 '여인과 군상'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유작집에는 10대때 발표한 처녀작 '불사르는 사람들'을 비롯 청년시절에 쓴 미발표 단편 11편이 담겨 있다. 전쟁 포로로 미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되기도한 그는 전쟁체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젊은 영혼들의 절박한 생존과 고독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표제작 '창백한 개'에는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폐해와 참혹함, 점차 기구화되고 기독교적 사랑이 메말라가는 교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드러나 있다. 또 '베르코보 다리이야기' '도주자'에서는 전쟁의 부조리함과 무의미성을 고발하고 있으며, '실락원'은 전쟁이 남긴 상흔을, '아메리카'와 '에서의 가족'에서는 전후 경제적 곤궁함을 중심테마로 다루고 있다.

전쟁과 전후의 참혹한 현실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단편들은 전쟁의 상흔을 되새기고 싶지 않은 당시 독일의 시대상 때문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사후 10년만인 지난 95년 독일 키펜호이어 & 비트쉬출판사에서 처음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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