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영화 '질주'(감독 이상인)는 '젊음'의 에너지를 그린 영화다. 70년대 하길종감독의 '바보들의 행진'과 80년대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등이 당대의 청춘영화라는 이름을 걸었듯 '질주'도 그 계보를 잇고 있다. 대신 '질주'는 '신감각 캐주얼 무비'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신세대의 독특한 감성과 리듬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산이다.
'질주'는 젊은이 네명의 사랑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바람(남상아)은 밤에 클럽 무대에 서는 여성 록커, 착실한 청년 상진(이민우)은 바람이 일하는 클럽과 같은 건물에 있는 일식집 아르바이트생, 승현(김승현)은 미국에서 부모의 뜻을 어기고 한국에 와 여자와 술로 지새는 오렌지족이다. 서울대 출신의 고시지망생 선우(송남호)는 시험에 떨어져 비디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영화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들 네 '청춘'을 돌아가며 비춘다. 네가지 에피소드를 곁가지로 '한국의 20대'라는 굵은 흐름을 잡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파편화된 모자이크다. 병렬시킨 캐릭터들의 상투성은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 역부족이다. 신인 배우들의 미숙한 연기, 힘 잃은 드라마는 '고래'를 '사냥'하기에 턱 없다. 감독은 "관객들이 너무 전형화된 배우들에 익숙한 탓"이라며 "현실에 존재하는 청춘을 포착하려고 했다"고 했다.
이상인감독은 '젊음의 힘'을 그리기 위해 몇가지 가닥에 힘을 쏟는다.
우선 제목처럼 스피디한 영상이다. 도심을 비셔터(5초에 한 프레임을 쓰는 촬영기법)로 빠르게 훑어나가는 첫장면은 이 영화의 지향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1천300컷이나 되는 빠른 편집, 핸드 헬드(들고 찍기)의 거친 맛, 정교하고 예쁜 영상등 흡사 공들인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하다.
또 하나는 음악이다.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전편을 채운다. 실제 언더밴드의 록커인 남상아는 '죽이다''불을 지르는 아이''보도 블럭'등을 직접 부른다. 괴성을 지르듯 내지르는 고함이 역동적인 영상과 함께 힘있는 리듬으로 출렁인다.
젊은 관객들과 소통점은 찾은 것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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