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합당의 모순에 답해야

여권의 움직임이 신당창당에서 갑자기 합당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김종필총리가 20일'합당이 기정사실화 된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답함으로써 사실상 합당추진을 인정했다. 박태준 자민련 총재도 '논의를 제의'함으로써 이에 동조했다. 또한 여권의 고위관계자도 "10월중 국민회의·자민련을 포함한 여권 신당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헷갈리는 것은 국민이다. 국민회의 창당발기인중 일부까지 "우리가 신당을 하러 왔지 합당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고 반발할 정도다. '새천년을 향한 새정치를 위한 정당'이 되려던 신당구상을 왜 갑자기 이미지상 낡은 자민련과 합당하려는 지 국민도 의심스럽다. 또 개혁정당을 기치로 내걸었으면서도 개혁대상이 많은 자민련과 합당을 하려는 지도 이해가 안된다. 일부 신당발기인의 의견처럼 자민련측의 동참은 몰라도 합당은 분명 명분에 맞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김대중대통령은 19일 국민회의 의원들과 만찬에서 "자민련과 합당을 하든 따로 연합공천을 하든 내년총선에 승리를 해야 한다"는 발언도 듣기에 따라서는 정책이나 이념등 정당의 정체성이야 어떻든 간에 선거에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이 또한 개혁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렇게 되면 신당창당은 물론 합당도 선거에 이기기만을 위한 정치행위이지 우리의 후진적인 정치풍토를 개혁하기위한 행위는 아니었음이 명백해 지는 것이 된다. 정치개혁은 집권정당의 정책 목표이기도 하지만 이는 국민적 염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이런 중대한 일들이 시작부터 꼬인다면 우리정치의 장래는 그야말로 암울 한것이 아니지 모르겠다.

그리고 신당창당 명분에는 지역색의 타파도 내걸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합친다면 이는 호남과 충청의 대연합이라는 또 하나의 지역구도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여권은 신당은 무엇이고 합당은 무엇인지 분명히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신당추진위에서 나온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회의가 무얼 얼마나 잘못 했기에 신당을 창당해야 하는지 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들은 선거에 이기기만을 위한 정당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는 여권을 위해서도 불행이고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과 나아가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이기에 더욱 뚜렷한 명분있는 정치행위를 요구하게 된다. 국민이 납득하는 정당이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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