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며느리지만 생전에 얼굴 한번 뵌 적이 없습니다. 항일투쟁에 평생을 보낸 분이기 때문에 혈육조차 챙길 겨를이 없었던 거죠"
6일 대구라운드 개회식에서 제1회 서상돈상 본상 수상자인 고(故) 양기탁 선생을 대신해 상을 받은 며느리 최선옥(81) 여사는 눈물을 글썽였다.
구한말 항일운동에 몸 바쳤던 양기탁 선생의 가족사는 한편의 대하드라마다. 최 여사가 선생의 외아들인 효손씨(작고)와 결혼한 것은 1940년. 선생이 중국 장쑤성(姜蘇省)에서 67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지 2년 뒤의 일이다. 선생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만주, 상해를 전전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최 여사는 선생이 작고한 지 7년만인 1945년 처음 시아버지 소식을 접했다. 해방과 더불어 고국에 돌아온 김구 선생이 선생의 묘소 위치를 적은 주소와 약도를 전해 준 것. 6·25를 겪으며 생사의 고비를 수차례 넘는 와중에도 그 종이만은 챙겼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지난해 5월 마침내 선생의 유해가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최 여사의 자녀들과 맏사위인 박유철씨(독립기념관장)가 10여년간 찾아 헤맨 끝에 이룬 결실이었다. 지금도 김구 선생이 전해줬던 약도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역사적 기록 외엔 시어른의 행적을 더듬을 만한 유품 하나 없습니다. 서상돈상 수상을 시어른도 흐뭇해 하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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