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5의 권력 NGO-(4)21세기 전망(상)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지구촌은 큰 혼란에 빠져 있다. 탈규제, 무역·투자 자유화, 긴축재정, 공기업 민영화, 정리해고 등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가 몰고온 경제 위기가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면서 불길한 예측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스 피터 마르틴과 하랄드 슈만은 '세계화의 덫'에서 21세기는 세계 인구의 20% 만이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안정된 생활속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으며 나머지 80%는 실업 상태 또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싸구려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는 20대 80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IMF협정에 따라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보험금을 노린 자살과 범죄, 이혼, 어린이 유괴, 가정폭력, 주부 윤락이 급증하는 등 경제위기가 가족과 가치관의 붕괴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투기자본을 앞세우고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무차별 이윤 사냥을 벌이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억제할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따라 21세기에도 신자유주의 물결이 전지구를 휘몰아치며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시민운동이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세계 곳곳의 시민단체들이 IMF가 외환위기를 당한 국가에게 획일적인 구조조정을 강요, 경제환경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신자유주의에 대항, 제3의 길을 모색하자는 운동을 벌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빌리(Jubilee) 2000을 필두로 한 시민연대의 극빈국 부채탕감운동은 지난 6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41개 채무국 외채중 45%인 710만달러를 탕감 해주는 결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교수 제임스 토빈의 제안에 따라 국제투기자본에 세금을 부여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탁(ATTAC)도 지난 95년부터 미국 주도로 추진되어온 '자본 등 완전한 시장개방을 위한 다자간투자협상(MAI)' 기본협정 타결을 지난해 4월 좌절시켰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 해외 유입자금의 일정부분을 무이자 또는 저리로 무조건 중앙은행에 예치토록 하는 토빈세의 변형인 가변예치제를 도입하는 나라도 속속 나오고 있다.

그동안 지역적 한계로 이러한 국제적인 움직임에 동참하지 못했던 지역 시민단체들도 6일부터 개최되고 있는 대구라운드를 통해 21세기를 준비하는 국제 시민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국제 시민단체들의 노력과 결실의 바탕위에 열리고 있는 대구라운드는 세계 채권·채무국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전세계적 시민사회 협의체를 구성한다는게 목표. 주빌리 2000 실무책임자인 수잔 조지, 아탁의 실질적 리더인 프랑스 유력 월간지 르몽드 디프로마띠크의 이그나치오 라모네 사장, 일본 최대의 시민단체인 PARC의 키타라와 요코회장 등 국내외 시민단체 대표가 참여, 세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한곳에 모은다.

지역 시민단체들도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라운드에 대비,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지난 5월 대구 YMCA, 대구 참여연대, 새대구경북시민회의 등 대구지역 21개 시민단체들은 '대구라운드 추진 시민모임'을 구성, 국제대회 실무 준비를 해왔다.

시민모임 소속 홍보, 학술, 국제협력, 문화, 총무사업 등 5개 분과가 지난 5개월 여동안 20여차례 회의를 가지면서 현수막 제작, 학술회의, 문화행사 섭외 등의 일을 했으며 지난달 30일 상공회의소에서 자원봉사단을 발족시켰다.

지난 9월 초 대구백화점 협찬으로 대구라운드 바자회를 개최해 모은 1천만원과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각 단체에서 조금씩 마련한 320만원을 주최측인 대구라운드 한국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경실련, 대구흥사단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시민모임에 불참하는 등 불협화음을 연출한 것은 시민단체와 대구라운드 한국위원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겨 놓았다.

신현직 시민모임 실무위원장은 "대구라운드가 학술대회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이 돼야 하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며 "국제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한 경험은 대구 시민운동을 한단계 도약 시킬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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