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미성년자 주식갑부

사회의 건강도를 따지는 잣대는 여러가지가 있다. 과거 집권자들은 흔히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성실과 근면을 잣대로 한 이상적 사회를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정부의 김대중대통령은 지식정보를 바탕한 창조적 신지식인을 미래의 바람직한 인간형으로 강조한 것을 보면 창의력이 넘치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보는 것 같다. 이와 관련,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성취적(成就的)사회냐, 귀속적(歸屬的)사회냐로 건강도를 측정한다. 부(富)와 지위를 누림에 있어 자신의 노력에 의해 획득되는 것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려는 사회를 성취적이라 하고 부자세습(父子世襲)등 혈연에 따라 저절로 얻어지는 사회를 귀속적이라 한다. 자본주의 국가이면서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상속하지 못하게 증여상속세를 중과하는 미국은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바로 이같은 성취적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여러 대기업들이 정경유착을 통해 일확천금하고 주가조작.탈세 등을 통해 서민의 주머니와 국고(國庫)에 엄청난 손실을 주고있는 한편에선 엄청난 부를 소유한 미성년자 갑부마저 속출하고 있는 현상은 착잡한 감을 준다. 상장법인의 주식 5%이상 대량 보유자 가운데 20세미만이 무려 228명이나 되고 이중 10세미만으로 15억원대 재산가가 두명, 생후29개월짜리 아기도 1억6천여만원어치의 주식을 가진 억대부자라는 것. 증권거래소는 이들이 모두 정당한 절차를 거쳐 증여세을 내고 주식을 받아 신고했다고 밝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비록 합법적이라지만 미성년자들이 이렇게 큰 재산을 일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우리사회는 과연 어느 정도 건강하다고 봐야할지. 부의 세습사회가 더 큰 모습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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