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몸, 마지막 자유

남자 5명이 발가벗고 술을 마시는 장면을 담은 소주광고에 이어 밤 도심 한복판의 포장마차에서 4명의 여성이 나체로 즐겁게 술자리를 갖는 모습을 담은 광고가 지난 달 나왔었다. (여인들은 반투명의 포장막에 가리어져 뒷모습만 보인다)

그 광고가 계속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어떤 종류의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그러나 왜? 라고 묻고 자초지종을 알아볼 만큼 한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무지 시답지 않아 알아볼 생각도 없다. 1999년 현재 대한민국 윤리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나 "문제될 게 무언가, 사진구석에 좀 너덜한 데가 있어서 그렇지 꽤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니까.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게으름과 지레짐작 탓이겠다)

덕지덕지 붙은 광고문안을 빼고 이 사진을 보자. 그래봤자 이 사진은 상업사진이다. '성의 상품화'의도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여인들의 종아리가 나란히 보이는 사진 하반부- 거기에 나타나는 벗어던진 하이힐과 란제리, 그리고 또 하나의 옷. "여인들이 벗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립시다"라고 말하는 광고제작 참여자들의 웃음이 눈에 선할 정도다.

그렇더라도 이 광고사진은 현대인에게 어필하는 메시지를 지닌 것 같다. 유사한 아이디어나 구도로 예술사진도 가능하다고 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할 수 없을까.'한 사진작가가 4명의 여성과 함께 작업을 한다. 여성들은 밤 도심 한가운데 포장마차에서 나체로 술을 마신다. 사진작가는 그 장면을 앵글에 담는다'

지난 시대 예술가들은 인간의 육체-'몸'을 신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로 그려왔다. 낭만적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지금 '몸'은 인간의 마지막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 되고 있다. 현대의 삶은 지난 시대 사람들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했던 '자유로운 정신'을 앗아가 버렸다. '몸'은 꼼짝 못하게 구속하는 그 무엇에 저항하는 마지막 자연, 마지막 절규일 수 있다.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보려는 시도는 신선하다.

'벗은'자체가 강한 상징이 되는 그 사진 속에 왜 너덜하게 속옷들을 나열하나! 장삿속은 한심했지만 그런대로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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