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대 공포-막과 막 사이

누구나 무대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분장이 끝난 뒤 관객의 웅성거림이 막 뒤로 들리면 긴장은 극에 달한다.

"10년을 했건 20년을 했건 마찬가지"라고 연기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서 누구나 긴장 풀기 비법을 하나씩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은퇴한 A씨는 특히 무대공포증이 심했다. 신경안정제 같은 약도 귀한 때라 가장 흔한 소주로 대신했다. 공연장 근처 포장마차에 가서 소주 반병씩 마셔야 대사가 술술 나왔다. 포장마차가 없으면 구멍가게를 찾았고, 어떤 때는 아예 소주 한 병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분장실에서 마시기도 했다.

작고한 B씨도 술로 달랜 경우. 워낙 술을 달고 다녔기에 분장실에서 술마시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 간혹 연기 도중 트림으로 상대 연기자를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중견 연기자 B씨는 우황청심원을 즐겨 먹는 편. 후배들 보기 창피해 껌으로 '위장'도 하지만 워낙 오래된 습관이라 버릴 수가 없다고. 지난해 오랜만에 오른 무대에선 첫날 공연에서만 무려 4, 5개를 먹었지만 긴장이 풀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C씨는 공연 전 반드시 냉수를 마시는 버릇이 있으며, D씨는 요가 형태의 몸풀기 체조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여성 연기자 E씨는 밥을 먹으면 무대에서 토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아침부터 쫄쫄 굶는다고 한다.

화장실이 갑자기 붐비는 것도 이때.

가장 흔한 것이 흡연이다. 선후배 따지기로 유명한 연극판이지만 이때만큼은 선배앞에서 담배피우는 것은 눈감아 준다. 또래끼리 모여 연신 뿜어대는 담배연기는 관객이 볼 수 없는 막 뒤의 진풍경. 무대에만 오르면 장군이 되고, 선사(禪師)가 되고, 사랑스런 연인이 되지만 무대뒤에선 하나같이 긴장감으로 덜덜 떤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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