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 전 변수들-정계개편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 모두가 신당 창당과 합당, 재창당 등 체제정비 문제를 놓고 혼란에 휩싸여 있다. 기존의 정당 간판이 내년 봄에도 그대로 내걸릴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확실한 답도 알 수가 없다. 정치권 전체가 정계 대개편의 급류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측은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까지 나서 전국 정당화의 기치 아래 외부인사 영입 등 세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여권의 정계 개편 1단계 절차인 신당 창당은 각 지역별 명망가의 대거 영입을 통해 '전라도당''DJ당'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킴으로써 각종 악재로 전망이 불투명한 총선을 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작업은 초반부터 적잖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전국정당화의 잣대가 될 영남권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단계인 자민련과의 합당에는 넘어야 할 고비가 더 많다. 자민련에서는 내각제 무산에 이어 합당론이 제기되자 주류인 충청권이 흡수통합을 우려하며 호응하지 않고 있다. 또 대구.경북권에서 조차 반발기류가 가시화되고 있다. 반(反) 국민회의 정서가 강한 만큼 기존의 소선거구제 하에서의 합당은 오히려 국민회의 색채만 강하게 해 가뜩이나 낮은 당선가능성을 더 떨어뜨릴 뿐이라는 분석에서다.

자민련의 영남권 중심축인 박태준총재가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문제가 우선이라며 합당에 반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거구제가 바뀌지 않고는 살아 남기 힘들다는 생존차원의 논리다.

자민련의 지역 의원들 중 일부는 합당이 될 경우 이를 명분으로 탈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제3의 당' 창당설까지 재부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신당 창당 과정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예고된 국민회의 이탈자 가운데 일부가 한나라당 이탈 내지 공천 탈락 그룹과 손을 잡고 플러스 알파 세력을 형성, 또 다른 길을 택할 경우 총선 구도는 좀 더 복잡해 진다.

여권에 비해 한나라당 쪽 사정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그렇다고 이회창총재 중심의 일사불란한 체제는 아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여권의 대변신 움직임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수는 결속 이외에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분열은 자멸이라는 위기의식이 상당하다. 반 이회창파의 목소리도 점차 잦아들고 있다. 불안한 합의,한시적 침묵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당의 결속이 전에 없이 강조되고 있다. 거사(巨事)를 벌일 것 같던 비주류들은 이제 이총재의 당 운영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얘기를 드러내 놓고 하지 않고 이총재도 비주류 측과의 잦은 접촉을 통한 결속에 열심이다. 총선까지는 현재의 역학구도를 깨지 않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총선을 전후한 정국 판도변화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거대 여당 출범과 함께 일부 세력들이 이탈, 여당에 편입되거나 무소속으로 남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천과정에서 이탈자들이 독자세력화 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측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여권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이탈세력과 한나라당의 반이회창파 및 공천 탈락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모두 모여 독자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기본적인 총선구도는 거여(巨與) 대 1야가 유력하지만 여권의 신당 창당과 합당의 물살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불가피하게 수반하고 이 과정에서 '주변 여당','유사 야당'의 출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때문에 여야의 치열한 기세싸움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아직 속단키 어렵다.

徐奉大.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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