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리즘-작품 구상 따로 제작 설치 따로?

지난 12일 대구종합경기장 환경조형물 설치를 위한 설명회를 가진 대구시 건설본부가 예술에 대한 몰이해를 그대로 드러내는 공모안을 내놔 관계자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서울·대구지역 화랑 등 30여개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설명회에서 건설본부는 최소 7개의 환경조형물과 외벽디자인 7개를 포함한 환경조형물 공모에서 '제안서'와 '제작설치' 응모자를 따로 모집하는 '놀라운'(?) 계획을 내놓은 것.

즉, 제안서 및 감리 부문에서 당선된 응모자가 작품의 설치 장소와 주제·이미지·재질·규격·제작설치비까지 제시하면, 제작설치 당선자는 이를 바탕으로 작품만 제작하도록 했다.

문제는 제안서 당선자의 경우 제작설치 부문 공모에 응모조차 할 수 없어 작품 구상과 제작을 분리시키는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모전 이라는 것.

게다가 제안서와 감리부문 당선자에는 각각 2천, 3천만원씩 총 5천만원을 지급하는데 비해 제작설치비로는 무려 37배에 달하는 18억5천만원을 배정한 것도 놀라움을 더해주고 있다.

고도의 정신 노동이자 예술작품의 요체인 작품 구상보다 단순 노동에 가까운 제작에 더 비중을 둬 예술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공개한 것이나 마찬가지.

대구시 건설본부측 관계자는 "흔히 제안서를 낸 응모 업체에서 작가들을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분리시켰으며, 제안서 작성비용은 산출 근거가 없어 기본 설계비를 적용시킨 반면 작품 제작은 재료비를 감안해 예산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디자이너가 지정한 원단과 디자인으로 옷을 만든 재봉사가 패션 디자이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야된다는 논리가 되는 셈.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대구지역 미술 관계자는 "예술작품 창작을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서울 관계자들이 대구의 수준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두르는 등 전국적인 망신을 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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