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동안 '서상돈'이란 이름에 너무 무관심했다.
국채보상운동이라는 '기막힌' 독립운동에도 소홀했다. 20세기가 가기전 서상돈 기념상을 제정하고, 뜻을 기리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서상돈 선생(1849~1913) 탄생 150주년을 기리는 연극 '달구벌 에파타'가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이문희대주교)에 의해 내달 무대에 올려진다.
'달구벌 에파타'는 서상돈의 생애를 통해 가톨릭정신과 역사의식을 재조명한 연극. '에파타'는 예수가 '에파타!'라고 외치자 귀머거리와 소경의 귀와 눈이 열리고 혀가 풀렸다는 성경구절에서 따온 말. 이 연극에서는 '대구 시민이여 깨어나라!'란 의미를 지닌다.
극의 메시지뿐 아니라 연극을 통한 가톨릭 선교활동이란 점에서 의미가 큰 공연이다.
서상돈은 보부상으로 출발해 대구에서 제일가는 거상(巨商)이었다. 그러나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요즘 세칭 '가진 자'와 궤를 달리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소작농에게는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었고, 기근이 들면 창고를 털어 가난한 이들에게 쌀을 나눠줬다. 대구교구가 설립되자 땅을 기부하는 등 교회 발전에도 힘썼다. 현재 교구청 자리도 그가 내놓은 땅. 독립협회, 만민공동회에도 가입, 애국운동에 앞장섰다.
특히 그가 제창한 국채보상운동은 전국민이 참여한 경제적 저항운동이란 점에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다. 결국 일제의 술수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그의 민족사랑과 가톨릭정신은 아직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연극은 서상돈의 삶과 정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작인들에게 베푸는 서상돈의 남다른 민족애, 한일합방을 통해 겪는 나라 걱정, 종교적 복음 활동 등을 다루고 있다.
연출은 극단 온누리의 이국희대표가, 서상돈역은 대구시립극단 훈련장인 이송희씨가 맡고, 천정락 조영석 손재룡 등 대구지역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가톨릭 신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모집을 통해 10여명의 교인들도 참여한다.
제작 및 총감독을 맡은 대구대교구 사목국 사회사목담당 정홍규신부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뛰어난 선각자이자 신앙인인 서상돈 선생을 신앙인의 모델로 제시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공연은 오는 11월 13일, 14일 오후 3시, 7시 네차례 대백예술극장(대백프라자 11층)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의 053)256-1300.金重基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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