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667개 섬으로 구성되고 16개언어가 뒤섞여 있는 인구 2억1천만의 인도네시아. 이러한 환경에서 나온 지혜인지 모르겠으나 이들이 일찍부터 터득한 것이 '조화의 미(美)'다. 그래서인지 호전적이고 원리주의적인 중동 이슬람교와는 달리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다. 술을 마셔도 좋고 여성의 사회활동도 허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국부로 호칭되고 있는 수카르노 전대통령도 군부와 노조세력간의 파워게임을 조종하며 위험한 줄타기식 '조화의 정치'를 했다. 그러다 65년 공산당의 쿠데타실패로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68년 권좌를 수하르토전대통령에게 넘겨주고 말았지만. 대를 이은 수하르토 역시 학생·이슬람교도·민족주의세력·군부·기술관료집단·중국인 기업가집단 등을 조종하면서 통치 해왔다. 이 조종이 끝나자 독재로 변모해 버렸다. 이러한 전통 때문일까. 새로 대통령에 오른 와히드는 비록 개인적으로는 오빠 동생하는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분명 대통령직을 놓고 다툰 정적에다 종교도 다른 수카르노전 대통령의 딸 메가와티를 부통령후보로 추천, 당선시켰다. 국민의 염원이기도 한 안정과 개혁의 절묘한 배합이다. 또한 군부의 군침도 덜 삼키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내고 있다. 대화와 타협, 절충과 조화라는 국민적 염원은 언제나 꿈이기만 했던 우리의 눈으로 보면 정치 후진국이었던 인도네시아가 하루아침에 정치 선진국이 된 느낌이다. 비록 인도네시아 사회지도층은 "수카르노의 딸이라는 혈통하나로 지지하는 것은 후진적"이라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분명 메가와티는 민주와 개혁의 상징이다. 이는 바로 국민 염원의 수용이다. 동시에 와히드의 안정과 메가와티의 개혁이라는 두 이미지의 절충이자 조화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서상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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