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전 월성 3호기에서 중수가 새어나와 22명의 직원들이 방사능에 피폭되는 사고가 났다. 이는 일본에서 핵연료 제조시설의 연쇄 핵분열 반응으로 피폭사고가 발생한지 3일만에 터진 방사능 누출사고이다.
원전이 안전하게 운전되고 핵폐기물 관리가 완전하게 이루어진다면, 원전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핵에너지는 값싸고 청정하며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전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상시 발생하고 있으며, 방사능 누출은 사고때만 아니라 정상적인 작동으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핵폐기물이 누적되면서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다 쓰고난 핵폐기물의 처리.저장과 노후한 원전의 폐쇄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완전한 해결책이 없다는데 있다. 현재로서는 핵폐기물을 대부분 특수 용기에 넣어 지하 암반 150m 이하의 납벙커에 보관하고 있다. 일단 수명이 다한 원자로는 방사능 오염 때문에 해체하거나 그대로 폐기하여 시멘트 콘크리트 구조물로 밀폐한 상태로 접근 금지 시켜야 한다. 그러나 방사능의 수명은 수백 년에서 수만 년에 이르는 데 비해 저장 용기와 벙커 재료의 수명은 수십 년 내지 수백 년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젠가 핵폐기물은 환경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원전은 일시적인 에너지 해결책에 지나지 않으면서 환경오염을 후손에게까지 영원히 남겨주는 재앙인 것이다.
원전폭발과 같은 핵사고는 발생빈도가 극미하긴 하지만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 보는 것처럼 피해의 규모가 직접적으로 수십 ㎞, 간접적으로는 전지구에 걸칠 정도로 엄청나다. 그 때문에 서구에서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전 추가건설을 전면 포기하고 가동중인 원전도 이상이 있으면 즉시 폐쇄 조치토록 하고 있다. 월성의 중수로형 원전은 이미 97년 캐나다 등지에선 가동 중단된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나라에서는 원전이 증설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가 터져도 사소한 일인양 은폐하려 드는 것일까? 원전은 신의 선물이 아니라 악의 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은 원전을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가장 용이하게 얻는 방법으로 선호한다. 그들은 원전을 계속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인 양 선전하면서 당장의 이익을 챙기려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손에게까지 영원한 재앙이 될 원전의 가동과 증설을 막는 길은 시민들의 깨어있는 환경의식밖에 없다.
노진철.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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