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이테크 호러물 '큐브'

정육면체를 이리 저리 짜맞추는 리빅스 큐브 게임기 놀이가 한때 유행했었다. 만약 그 안에 인간이 갇히면 어떻게 될까.

하이테크 호러물 '큐브'는 이러한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 풀리지 않는 미로, 목숨을 건 탈출, 해법은 없는가.

호러물은 통상 공포심을 응축시킨 도입부로 관객을 압도한다. 그러나 '큐브'만큼 충격적인 것도 드물다.

한 남자가 푸른 색 큐브 안으로 들어선다. 벽마다 설치된 거대한 금속문, 그 중 하나를 선택해 문을 연다. 문 너머에는 또 다른 큐브가 있다. 잠시 주춤하던 그는 두려운 마음으로 그 방에 들어선다. 그 순간 날카로운 금속 그물이 몸을 산산 조각 내고 만다. 채 썰듯 몸이 산산조각나는 것 만큼 충격적인 이미지를 생각해 내기도 쉽지 않다.

4.2m 정육면체의 방. 모두 1만7천576개의 벽이 있는 기괴한 감옥에 다섯명의 인간이 모여든다. 전직 경찰 쿠엔틴, 여의사 할로웨이, 수학 천재 여대생 리븐, 건축가 워스, 전설적인 살인자 렌, 자폐증 환자 카잔.

앞장 선 렌이 염산을 뒤집어쓰고 죽은 뒤, 일행은 통로에 새겨진 숫자를 발견하고 큐브의 단서를 알아낸다. 부비트랩이 없는 방들을 골라 탈출을 시도하면서 서로의 폭력성도 드러난다. 어렵게 도착한 곳은 처음 만났던 바로 그 큐브. 왜 원래 위치로 되돌아왔을까? 맙소사! 큐브가 살아 있는 것이다.

'큐브'는 누가 큐브를 만들었으며, 왜 자신들을 가두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더욱 가공스런 영화다. 특히 살아 움직이며 인간을 '저울질'하는 큐브의 위력은 신경 세포 끝까지 전율시킨다.

리빅스 큐브를 살인 퍼즐 게임으로 풀어낸 캐나다 신예감독 빈센조 나탈리(30)의 기발한 상상력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30만 캐나다 달러라는 저렴한 제작비로 허름한 창고를 개조해 20여일만에 후다닥 찍어낸 첫 장편 데뷔작. 토론토, 선댄스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그는 캐나다의 차세대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18세 관람가. (23일 대구극장 개봉)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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