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리콴유(李光耀)전 싱가포르총리를 면담했다. 지난 94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를 통해 '아시아적 가치'를 놓고 간접적인 논쟁을 벌인 적이 있어 이날 대담에 눈길이 쏠렸으나 시종 국제정세에 대한 얘기만 주고 받았다.
다음은 대화요지.
▲김대통령=한반도문제에 관한 견해는.
▲리 전총리=북한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북한과 교류는 어느 정도 위험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이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저변의 교류를 비롯해 모든 계층의 교류를 확대하면 북한이 사물을 보는 방법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대통령=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리 전총리=영향력이 있지만 북한은 중국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남한과 친해지는 것에 실망하고 있다. 최근 북한과 중국지도부 사이에 마음이 통하는 개인적 친분이 사라졌다.
▲김대통령=동남아와 동북아 구별없이 동아시아 협력체로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리 전총리=그런 추세다.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김대통령의 동티모르 파병결정은 훌륭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전때 파병한 유엔에 대한 보답으로 또 도덕적으로 당연히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신 분은 드물고 존경심이 크다.
▲김대통령=아시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협력을 위해 남북한과 미.일.중.러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동아시아 협력기구를 만들 필요성은 없나.
▲리 전총리=러시아는 안된다. 러시아 민족주의 지도자가 나타나면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 카드로 미국에 대응할 수 있어 위험할 수도 있다. 또 협의기구 참여국이 많아지면 그만큼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에 앞서 리 전총리는 전경련 국제자문단의 일원으로 김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아시아에선 기업창업자가 경영권을 가족 내에 두려한다"면서 "우리는 이사추천제도를 통해 해결했다"고 말하자 김대통령도 "사외이사제나 추천위제도를 우리도 시작했으며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리 전총리는 특히 "지난 70년 내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골프가 그 쪽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으나 지금 중국 지도자들은 모두 골프를 친다"면서 "북한에도 그런 변화가 올 수 있으니 한국이 북한을 설득해 남북한 골프경기를 하면 한층 가까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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