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왈츠와 몸치들

프랑스를 방문중인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쇼메이의 한 박물관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부인 베르나데트 여사와 즉흥 왈츠를 추는 장면이 아침 신문을 신선하게 장식하고 있다. 웃으며 이를 지켜 보는 시라크 대통령의 모습에서 두 나라간의 우의가 절로 가늠된다. 경제위기에 내내 시달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런 춤이 자동차 몇대 수출 효과와 맞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치닫는것은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왈츠란 오스트리아의 농민 무용인 랜들러를 모태로 18세기에 태어난 실내춤. 빠르게 선회하는 빈 왈츠는 남녀가 껴 안은채 미끄러지고 다시 딛는 동작으로 처음에는 점잖은 사회에 충격을 주었지만 빈 회의를 계기로 급속히 퍼지면서 그 예술성과 오락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19세기말 왈츠는 빈 시민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했다. 당시의 인플레와 정치탄압에서 오는 불안한 미래를 잊게 해 준것이다. 왈츠가 세기말의 절망에서 탈출구 역할을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왈츠의 왕이라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서거 1백주년을 맞아 빈에서는 각종 화려한 축제가 열렸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의 소프라노 가수 조수미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달 '빈의 메아리'란 음반을 냈다. 지금이 어김없는 세기말이고 또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시점이어서 왈츠가 주는 의미는 별스럽다.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에게도 춤이 대 유행이다. 웬만한 오락실에는 디디알(Dance Dance Revolution의 두문약자)이라는 기계가 마련돼 인기다. 네온 불이 번쩍번쩍 빛나고 스텝을 밟으며 열심히 춤을 추는 청소년들. 춤을 못 추는 청소년들은 그 기계를 빙 둘러싸며 부러운 눈초리로 때로는 넋을 잃기까지 한다. 그래서 몸치교정 바람까지 분다. 노래 못하면 음치라듯이 춤 못 추는 신세대를 '몸치'라 부른다는 것이다. 몸치들은 단상에 오를 때까지 몇주 또는 몇 달 동안 강습료를 내고 배우기까지 한다. 끼있는 청소년들은 비닐로 된 가정용 디디알을 구입해 가정에서 자습에 열중이다. 콜라텍 복도에는 춤을 배우려는 청소년들로 항상 만원이라고 한다. 춤을 못 추면 따돌림까지 받는다니 몸치교정 바람은 당분간 거셀것 같다. 여기에 정쩌민의 왈츠까지 가세 했으니 세기말에는 춤이 만병통치약이라고나 할까?

김채한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