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생긴 입이라고...

속담에 '절로 째진 아가리라고 벌어진대로 놀린다'는 말이 있다. 함부로 말하는 것을 막고자 빗댄 속담이다. 이렇게 좋은 속담도 그러나 요즘은 그 효능이 눈꼽만큼도 없다. 정부나 국회나 언론이나 하나같이 벌어진대로 놀리고만 있으니 말이다. 애꿎은 국민들만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참이고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국민들은 지금 엄청나게 헷갈리고 있다. 고급 옷 로비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서 이미 절로 째진 아가리는 신물이 나도록 경험했다. 도.감청 사건에서도 트림이 날 정도였다. 폭로하면 뒤를 쑤셔 변명하고. 그도 모자라서 또 언론장악 문건이 터졌다. 이를 바라 보아야 하는 국민들의 가슴만 계속 터지게 생겼다. 청개구리 뒤에 실뱀 따라 다니듯 이 정권에는 따라 다니는게 왜 이다지도 질기고 길기만 한가. 제는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게 없다는 점이다. 해결 못할 것도 없는데도 하나같이 풀리지 않는다. 실방구리 끝까지 풀려니 바닥까지 드러날까봐서 일부러 풀지 않으려는 인상이다. 아니땐 굴뚝에는 연기나지 않는 법이다. 아침 저녁 주장들이 틀리니 종잡을 수가 없다. 잊으려 애를 쓸수록 더 잊기 어려운 요즘이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일찍이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했다. 세상의 근심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장소로 받아 들인 것이다. 이를 세간에는 시원실이라고 바꿔 부르기도 한다. 당나라의 문호 구양수(歐陽修)도 자신의 문장은 마상(馬上), 침상(枕上) 그리고 칙상(厠上)등 삼상에 있다고 할 정도다. 말을 타고 갈 때나 잠자리에 들 때, 뒷간에서 문장을 구상했다는 말이다. '에밀'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친 사상가 루소도 지병인 방광염 덕분에 화장실에서 사색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도대체 속 시원하지가 않은 요즘 모두 시원실에 앉아 곰곰이 째진 아가리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면 좀 시원해 질 수 있을까. 화장실보다 못한 정국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