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치인들의 궁극적인 꿈은 집권하는데 있다. 그들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종합할 수 있는 통치의 지혜를 터득하고 리더십을 기르며 집권의 기회를 기다린다.
◈원로가 없는 우리 정치풍토
7.8선 (選), 때로는 10선이상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갈고 닦아야 비로소 한 사람의 원숙한 정치지도자가 탄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풍토는 이런 원로 정치인을 지금까지 거의 길러내지 못했고 이것이 정치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만 같다.
정치지도자는 오랜 기간 덕(德)과 경륜을 쌓고 민심을 얻은 끝에 대권주자로 '뜨게'되는게 당연한 순서다. 그런데 우리에겐 그게 없다. 오랜 군사정권의 탓에 정치인재가 양성이 안된 우리 처지로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그런 원로가 없다.
이것은 다시말해 지지세력들을 당당히 이끌어 나가며 국론을 규합하고 잘못된 논의는 감연히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힘이 우리에게는 없다는 얘기도 된다. 인간사회는 항상 정의롭기만 한게 아니고 백성들 중에도 제 이익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들도 많다. 그런만큼 지도자는 경우에 따라 "정치를 않았으면 않았지 그건 절대 안돼"하고 분명히 말할 줄 알아야 나라를 이끌 자격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는 그런 지도자는 이 나라에 없는 것만 같다.
◈표만 된다면 무슨 일이든…
표만 된다면 나중에야 어찌됐던 우선 길 닦아준다, …을 해제한다는 식으로 팍팍 인심쓰는 여당이나 내년 총선에서 이탈할지도 모르는 비주류를 껴안는답시고 국정감사 기간에조차 지방에 골프회동 나가는 그런 야당지도자 모두가 다사다난한 이 나라를 이끌기에는 미흡한 느낌이 든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동안의 15대국회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개원초부터 야당인사 무차별 영입으로 긴장된 정국은 북풍, 총풍, 세풍과 옷로비사건, 보광그룹 세무조사에다 도청.감청, 최근의 언론장악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여야 대치로 일관했을 뿐 국민들을 위한 화합정치는 애시당초 기대할 수 없었다.
◈민생법안 심의는 내팽개쳐
국회는 지난해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을 막기위한 야당측의 소집으로 방탄국회를 여섯차례나 소집하는 등 허송 세월하면서도 막상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민생법안 심의는 팽개쳐 버렸다.
결국 빗발치는 여론에 밀린 나머지 여야는 정기국회가 끝난 다음에야 500여건 가까운 법안을 몇초만에 무더기 통과시키는 만행(?)을 저질렀고 올해도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이런 행태는 그대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국민의 눈길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여야의원들은 지난 4년간 이처럼 초라한 의정활동 성적표를 내놓고서도 반성은커녕 또다시 "우리 당이 없으면 이 나라는 안된다. 나야말로 구국의 정치지도자…"라는 식으로 입에 침도 안마른채 16대 총선 채비에 나서고 있으니 차라리 이런 국회라면 없는게 낫겠다는 막된 생각도 든다.
차라리 여야의원 299명중 어느 한사람이라도 "국민에게 부끄럽다. 이런 꼴로 정치하느니 차라리 그만 두겠다"고 물러났다면 우리들의 마음이 이처럼 참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16대국회는 '통뼈'를 기대한다
15대 국회는 분명 사상 최악의 수준이었다.
의원들은 이를 부끄러이 여기고 국민앞에 겸허하게 사죄부터 한 다음 16대 총선에 나서라. 그것이 우리 정치가 국민 신뢰를 획득하는 최상의 길이다.
나는 나라를 이끄는 정치지도자는 염치를 아는 사람, 영혼이 살아있고 기가 펄펄 살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까짓것 몇표 더 받겠다고 눈치나 보며 설설 기기보다 당당히 국정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그래도 내가 필요하시다면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다"고 하는 쪽이 훨씬 미덥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제 21세기 세계화와 정보화시대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이 시점 여야 정치인들은 국민과 더불어 새 시대를 열어나갈 준비를 하고 나 있는지 궁금하다.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표 구걸이나 하는 그런 비겁한 선거운동은 이제 끝나야 한다.
그보다 "나는 이러이러하게 준비된 국회지망생이다. 나를 낙선시킨다면 그만큼 오히려 국가와 여러분이 손해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통뼈'가 16대 총선에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찬석 논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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