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타락한 언론인, 이래도 돼나

언론의 자정(自淨)기능이 절실한 때다.

온 나라를 1주일씩이나 들었다 놓은 이른바 '언론장악문건' 파문의 한 복판에는 거의 범죄행각에 가까운 탈선을 일삼은 중견기자가 두 사람이나 자리해 있었다. 정치권의 핵심실세에게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저렇게 하라하고 마치 헌책(獻策)하는 책사(策士)모양을 해놓고도 '언론개혁에 대한 평소의 소신...' 어쩌고 한 정신의 소유자가 기자인가, 정치꾼인가.

또 기자로서 최대의 특종거리를 봤다면 기사를 쓸 일이지 이것을 들고다니며 무슨 정치권의 1급참모나 되는 것처럼 들먹거리고 돌아다니면서 마침내는 거액수수로 신문지면을 더럽힐 지경에까지 이른 사람이 기자인가, 정치꾼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문건을 작성한 기자의 작성배경이 '국민의 정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해서 한 일인데, 이런 파문이...' 어쩌고 한 부분이다.

기자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일선을 뛰어야지 특정정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가. 이런 정신을 갖고도 무슨 얼굴을 들고 취재현장에 나타날 수 있는지 실로 참괴할 뿐이다. 우리 언론은 항상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며 권력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제 그 언론의 대의명분 한 축이 무너지는 참담함을 느낀다.

언필칭 공익(公益)을 내세우며 기실을 사익(私益)을 노리지는 않았는지 차제에 심각한 자기성찰이 절실하다.

우리는 이번의 언론탈선을 보면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유산이었던 권력과 언론의 유착이 상존해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언론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이 이를 증명한다. 차제에 유착 단절과 언론윤리 확립을 위한 자정노력이 시급히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자가 취재현장에서 취재보도는 뒤로하고 '잿밥'만 밝히려 들면 언론이 민주사회에서 '제4부'의 기능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진배없다. 이런 상태에선 언론이 권력의 주구노릇을 한다는 사회일부의 따가운 비판을 면할 방법이 없다. 정치지향성 기자들은 지금이라도 언론을 떠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누구든 직업선택의 자유는 있으니까.

또 타락한 일부 언론인들의 절절한 자기성찰 못지않게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거듭 지적하지만 이 언론장악 문건이란 것이 이 정부의 언론대책에 활용됐는지의 여부를 캐내는 일이 핵심이라고 판단한다. 몇차례나 보도된 바지만 여권은 이를 강력히 부인해왔고 야당은 주어진 상황여건이 문건의 내용과 상당부분 부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벌써부터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타락한 기자들이 빚어낸 일과성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한다. 실체적 진실규명만이 국민들의 의혹을 푸는 길임을 거듭 강조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