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의 공습에 대비하여 차량과 보행자들의 통행을 통제하는 민방위훈련때였다.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완장을 찬 공무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보행자와 차량을 길 한쪽으로 대피시키고 있었다. 필자도 그 때 인도 한쪽 옆으로 대피해서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시민이 서있기가 지루했는지 바로 옆 다방으로 가려고 그 쪽으로 몇발자국 걸었다. 그러자 교통통제를 하고 있던 공무원이 요란하게 호각을 불면서 "거기, 움직이지 마세요! 빨리 대피하세요"하면서 마구 호통을 쳤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너무 심하다싶어 "바로 옆인데 가도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 머리 위에 적기가 나타난 것도 아닌데"하고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그 공무원은 불쾌한 표정으로 "우리도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줄 아세요? 위에서 시키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거지요" 하였다.
위에서 민원인들에게 친절하게 봉사하라고 시킬 때는 죽어라고 말 안듣더니 단속하라, 규제하라 시키면 신이나서 뛰어다니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남을 돕는 것보다 괴롭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는 비단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전국민의 문제이다. 자신은 불법주차를 예사로 하면서도 자기집 담옆 도로에 주차금지 팻말을 내놓아 주차는 커녕 차량통행도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사회 전반에 서로 괴롭히는 이기적인 풍조가 만연돼 있다. 노사간에도 협조보다는 대결이 우선이다. 이러다보니 우리사회 어느 한구석도 시원하게 일이 해결되는 곳이 없다. 기아자동차 부도처리문제를 경제논리 아닌 국민여론에 따라 결정하는 이상한 나라가 됐고, 정치인들은 여론눈치보기에 바빠 IMF사태를 막을 시간이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남을 돕는 풍조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작은 감투나 완장만 차면 목에 힘이 들어가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완장을 찬 사람들은 국민들의 심부름꾼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란 완장을 찬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용재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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