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999 대구·경북 여성계(하)

올해 대구·경북지역 여성계는 남녀 차별 철폐와 여성정책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부단한 몸짓에도 불구하고, 현장 여성들은 구조 조정의 '0순위'로 내몰린 어두운 한 해였다.

남녀차별과 여성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대안 모색에 열심이었던 행사로는 지난 4월에 경북도 여성정책과와 경북도여성정책개발원이 제4회 여성주간을 맞아서 선보였던 '도지사와 함께하는 여성정책 토론회'와 대구시여성정책위원회가 마련했던 '남녀공학 조기실현을 위한 세미나'

도지사와 함께 하는 여성정책토론회에서 박화무 경북여성농민회연합회장은 경북도청에 여성농민을 위한 창구를 개설해줄 것을 호소했고, 경북도의회 이금선 의원이 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데 힘입어 실제로 여성농민을 위한 창구가 개설되는 성과를 남겼다.

2000년대에 걸맞는 대구시여성정책 발굴을 위해서는 경북도·부산·충남 등처럼 상설 여성정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여성정책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세계 최악의 남아선호지역이라는 오명을 개선하기 위한 남녀공학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 전국의 공학률이 고등학교 52.6%, 중학교 59.3%에 이르는데 반해 대구시는 중학교 23.0%, 고등학교 18.1%로 아직도 '남녀칠세 부동석'식의 보수정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세미나 참가자들은 남녀공학이 남녀차별을 개선하는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고 입을 모았는데 얼마나 교육청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과제로 남겨두었다.

남녀차별금지법의 발효(7월)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의 여론이 더이상 성(性)을 이유로 차별을 가하는 나라는 국가 경쟁력에서 앞서 나갈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여성들을 향한 구조 조정의 칼날은 여전하다.

대구 미래대·대구산업정보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약 10명의 여교수들이 재임용에서 탈락, 가장 전문성을 인정받는 여교수마저 직장을 보장받지 못하는 살얼음판 직장 시대를 살게 됐다.

농협에서 사내 커플에게 '둘중 하나만 남아라'고 강요하자 대부분 아내들이 직장에서 떨어져나와서 여성계에서는 '아예 당신의 결혼을 숨겨라'는 풍자극까지 등장, 구조조정이 결국 여성인력의 감원으로 귀착되는 사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구조조정과 함께 여성 담당 과장마저 대부분 남성으로 뒤바뀌어서 여성정책의 후퇴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행자부 지침으로 41년생인 대구시의 김기원 보건복지여성국장·설영숙 대구여성회관장이 3~4년씩 정년을 앞당겨 연말에 퇴직하게 됨에 따라 2000년도에는 대구시 여성공무원들이 대거 인사 바람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직장 여성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위기를 겪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반 여성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는 대조적 현상을 보인 한해로 기록되기도 한다.

추석을 전후해서는 여성들을 명절스트레스로 부터 해방시키자는 목소리가 전국을 강타했나 하면 사모님들의 옷로비 스캔들과는 대조적으로 평범한 주부들이 나라를 지키자는 아나기운동(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 펼쳐지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한국사회개발원의 이사인 김영란·배명숙씨가 주부학교를 운영하는 저력과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여성단체들의 활동이 예년 수준 혹은 침체를 면치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난 6월에 결성된 '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대표 남성희)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여성의 정치의식 고양과 여성정치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신선한 출범을 했다. 의정대학까지 꾸리는 이들은 종전에 여성단체에 몸담지 않던 뉴페이스가 주류를 이루고, 전체유권자의 51%나 차지하는 여성들의 올바른 표지키기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여 내년을 기대케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