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000학년도 대입 수능시험 성적이 발표된다. 성적표를 확인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은 점수대별 지원기준표.
〈매일신문 17일자 게재 예정〉입시계에서는 흔히 '잣대'라 불리는 지원기준표는 보는 이에 따라 '커트라인'이나 '합격가능점'으로 비치기도 하고 '대학과 학과를 서열화시키는 잘못된 악습'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진학지도 교사들은 이름 그대로 대학과 학과 선택을 위한 '기준' 정도로 이해해주길 당부하고 있다.
■어떻게 만들어지나
대구에서 발표되는 지원기준표의 신뢰도는 단연 전국 최고다. 얼핏 점수대별로 대학과 학과를 아무렇게나 끼워맞춘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일반인들이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자료와 조사결과가 담겨 있다.
우선 전년도 입시결과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전국 모든 대학과 학과의 합격 평균점과 표준편차, 지역 수험생들의 지원결과 등이다.
여기에 올해 수험생들의 대학 및 학과 선호도가 반영된다. 선호도는 올해 모의고사 때 이미 한두 차례 조사된 것에다 지난 5일 대구지역 모든 일반계 고교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차 선호도 조사결과가 합쳐진다.
이를 기준으로 수험생들의 점수대별 지원성향이 분석되고 전년도에 대비한 학과별 기준에 변화가 가해진다.신뢰도를 더해 주는 것은 수험생들의 실제 성적. 수능시험 직후에는 가채점 결과가 바탕이 됐지만 성적이 발표되면 실제 성적분포를 기준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이밖에도 대구·경북지역 유출 수험생 및 유입 지원자에 대한 예상, 전년도 경쟁률 등 크고 작은 통계들이 지원기준표의 밑거름이 된다.
■누가 만드나
대구에서 발표되는 지원기준표의 신뢰도를 전국 최고로 보는 데는 풍부하고 객관적인 자료 외에 20년 이상 계속돼온 노하우가 결정적 근거로 작용한다. 지원기준표를 만드는 대구진학지도협의회(이하 대구진협)와 일신학원이 갖고 있는 노하우다.
대구진협은 단일 규모로는 전국 최대의 고교 진학지도 교사 협의체다.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각 고교는 각자 전년도 결과만 갖고 진학상담을 했다. 그러나 1개교의 진학결과는 전국으로 비교해보면 아예 자료가 되지 않는다.
공동작업의 필요를 절감한 교사들은 76년 처음으로 협의회를 결성했고 한동안 남녀고 따로 운영돼던 협의회는 지난 82년 대구진협으로 공식통합했다. 80년대 들어 재수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들 역시 통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 86년부터 일신학원과 공동보조를 취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원기준표를 만드는 작업도 그만큼의 역사를 갖고 발전을 거듭해온 셈이다. 수많은 교사들이 대구진협에 몸을 담았고 쟁쟁한 인물들도 쏟아졌다. 초창기 멤버로 대구진협의 기틀을 다진 사람은 퇴직한 교장들 가운데 대구여고 박희무, 대륜고 고(故)박영돈, 효성여고 최범식 등 교육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다.
꼭히 대학진학률을 비교할 순 없지만 대구지역 수험생들은 타 지역에 비해 대학진학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 틀림없다. 현재 대구 일반계 전 고교가 참여하고 있으며 대구진협을 본따 광주, 전주, 부산 등지에도 진협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신문에서 지원기준표를 본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막상 교사들과 진학상담에 나서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지원기준표와 교사의 조언을 믿고 따르는 경우도 있지만 지원기준표 자체를 불신하거나 조언보다 지나치게 하향 또는 상향지원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진학담당 교사들은 '대학선택이라는 큰 문제가 걸린 만큼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반응이 천차만별인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가급적 함께 의논하고 협의하는 자세를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지원기준표는 지난해와 동일한 조건이라면 합격가능성이 100%이지만 경쟁률, 지역 유출입 성향, 내신성적, 논술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실제 합격선은 이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구지역 수험생 비율은 전국 대비 8%선. 이 정도면 전체 집단의 성적분포로 봐도 무난하기 때문에 이에 근거한 지원기준표의 신뢰도는 어느 기관에서 발표하는 것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세세히 모르지만 대구진협은 언론에 발표되는 지원기준표 외에도 수많은 '잣대'를 만든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과 대구·경북지역 모든 대학의 학과별 기준을 특차, 정시 모두 만드는 것이다.
대구진협 교사들은 지역대의 경우 경북대 합격자의 75~80%, 영남대의 70% 등 대부분이 대구지역 수험생들이기 때문에 거의 지원기준표에 맞아떨어진다고 자신하고 있다. 수능시험 이후 진학전문가들이 한달을 꼬박 준비하고 발표를 전후해 보통 10일 안팎을 밤샘작업하는 상황이고 보면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생각보다는 훨씬 정확도가 높은 '잣대'인 것이다. 산더미같은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해 내놓는 '지원기준표'는 한마디로 수십명 교사들의 땀과 고뇌가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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