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기말 술로 간은 빨간불

망년회(忘年會)에다 한 세기를 보내는 망기회(忘紀會)까지 겹치면서 예년보다 일찍 발동이 걸린 송년회. 어김없이 술이 함께하면서 사람들은 벌써부터 이래저래 지쳐있다.

특히 올해는 밀레니엄주·DDR주·메독주·타이타닉주 등 신종 폭탄주들이 대거 등장, 사람들을 이리저리 뒤흔들고 있다.

우선 20대 젊은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밀레니엄주'는 일단 안주로 시킨 화채를 비운 다음 그 그릇에 양주·맥주에다 우롱차·실론티·콜라·생수·우유까지 부어 만든 2천cc정도를 5, 6명이 400cc 내외씩 나눠 마시는 것.

역시 중장년층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DDR주는 술을 마신뒤 반드시 춤과 함께 최신 댄스곡 한곡을 불러야 하는데, 술은 소주·맥주·양주 등을 순서대로 마시는 것을 말한다. 따로따로 마셨지만 심한 몸놀림으로 체내에서 자연 폭탄주처럼 배합된다는 것. 메독주는 코냑에다 색깔이 좋은 프랑스제 와인 '메독(MEDOC)'을 섞어 만든 것.

'타이타닉주'는 글라스에 맥주를 가득채운 뒤 양주잔을 넣고 그 다음 양주를 조금씩 부어 양주잔이 서서히 가라 않도록 해 만든 것. 마치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밖에도 각종 모임에서는 맥주에다 양주잔을 넣어 마시는 '정통 폭탄주', 냅킨으로 잔을 막고 흔들어 마시는 '회오리주', 포카리스웨트 등 이온음료에 양주를 타 마시는 '금테주' 등이 유행되고 있다.

이런 폭탄주는 역시 대단한 위력을 과시할 수밖에 없다. 흔히 알코올 농도 20도가 인체내 흡수가 가장 빠른데 이들 폭탄주는 대개 양주와 맥주가 합쳐져 20도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취기가 빨리 오르게 된다. 더욱이 만취한 상태에서 자제하지 못하고 술을 계속 마시게 돼 필름이 끊기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섭취한 알코올의 90%는 간에서 대사된다. 정상인의 경우 시간당 7~10g씩 된다. 즉 소주 350ml들이 1병(알코올 80g)처리에 8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과음이 이어지면 지방간이 초래된다. 지방을 분해하는 간의 기능이 과도한 알코올로 인해 떨어지면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이 되는 것이다. 물론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수일~수주내에 없어지지만 지방간이 나타났는데도 계속 폭음하면 간세포가 급속히 죽어가면서 지방조직이 섬유화 하는 '간경변'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또 과음과 폭음은 뇌신경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말수가 많아지며 잘 흥분하는 것은 술의 중추신경 억제 작용 때문이다. 술에 취하면 기분이나 감정을 억제하는 뇌신경의 통제 기능이 점차 약해진다.

여기에서 술을 더 마시면 자율신경을 억제하는 단계로 다가간다. 졸리고 혈압이나 체온이 떨어진다. 갑자기 술을 많이 마시면 호흡중추의 기능이 저하, 숨을 못쉴 수도 있다. 폭음으로 급사하는 경우가 이 케이스.

이처럼 최악의 경우는 아니더라도 더러 폭음으로 인한 '필름 끊김 현상'을 겪게되는데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뇌신경 손상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하루 알코올 섭취량을 80g이하(소주 1병 정도)로 제한하고 일주일에 2,3일은 금주하는 음주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또 바이러스성 간염환자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 특히 일부층에서 유행하는 비아그라를 술에 섞어 마시는 습관은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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