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홀로 어르신 모시고 150번째 경로음악회

"홀로 외롭게 여생을 보내고 계신 어르신을 모시고 노래를 부르면 뿌듯한 마음이 생깁니다.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시고 내마음이 기뻐서 '위문공연'을 멈출수 없었습니다"

지난 87년 지역연예계 데뷔 이후 줄곳 자선음악회를 열어온 신광우(50.대구시 달서구 두류동.사진)씨의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다. 23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서구 그랑프리예식장에서 500여명의 독거노인을 초청, '달서구민 경로음악회'를 개최하면 신씨의 자선음악회 기록은 150회.

1회 자선공연에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식사접대비 등 포함)까지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지역에선 제법 알려진 모델 겸 가수로 통하는 신씨지만 한달 수입은 대체로 150만~2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인으로서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같은 자선공연의 이면에는 신씨의 '끼' 뿐만아니라 '아픈 과거'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던 신씨는 10살되던 해 집안이 몰락해 버렸고 그토록 사랑했던 할머니는 돌보는 이 없이 양로원에서 쓸쓸한 여생을 마쳤다. 자선공연 장소와 대상이 주로 양로원이나 독거노인들이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씨의 인생역정 역시 고난의 연속이었다. 피아노 대금 기타 오르간 등 악기연주와 노래를 좋아했던 신씨는 20살때 부터 대구 향촌동지역에서 악사생활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지난 87년 첫 앨범을 발표하며 향토가수로 발을 내딛으면서 정신적 경제적 여유를 찾았습니다. 위문공연도 이 때부터 시작됐지요. 집안살림은 미장원을 운영하는 집사람이 도맡아 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대구시 모범시민상(92년)을 수상하기도 한 신씨는 "아내와 아들.딸이 지나치다고 처음에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다가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로 돌아섰다"며 "무료자선공연 행진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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