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딸이 쓴 어머니 이야기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남자들의 운명 못지않게 여인들의 운명도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엇갈리게 마련이다. 육영수 여사와 문혜림 여사가 그런 경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으로 절대권력자의 조용한 내조자로, 서민과 아픔을 같이한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다 비운의 죽음을 당한 육영수 여사. 긴급조치 등 옥고를 치른 반체제인사 문동환 목사의 부인으로 온갖 어려움을 삭이며, 서민들과 공동체 삶을 꾸려간 미국인 페이 문 여사. 이 두 여인의 삶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과 궤를 같이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쓴 '나의 어머니 육영수'(사람과 사람 펴냄)와 문동환 목사의 장녀 문영미씨가 쓴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샘터 펴냄)는 딸이 본 어머니의 삶과 애틋한 사랑의 기록이다.

'나의 어머니 육영수'는 아직도 일반 서민들의 가슴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육 여사의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기록이다. 박 의원은 육 여사의 가족사랑과 부부애,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한 소박하고 단아한 육 여사의 인품과 삶을 곁에서 지켜보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서민들과 똑같은 일상의 모습에서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살아냈던 퍼스트 레이디. 검소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서민들과 눈높이를 같이한 헌신적인 인간사랑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벽안의 여인 '페이'가 한국으로 시집와 30여년을 살면서 겪은 이야기다. 미국에서의 윤택한 생활을 버리고, 동양인과 결혼하면서 겪게된 온갖 어려움과 평범한 여자에서 한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숙해가는 눈물겨운 과정을 담고 있다.

3.1 민주구국선언문 사건으로 투옥된 남편 문 목사를 뒷바라지하며 '새벽의 집' 공동체 생활을 꾸려간 이야기, 70년대 공개재판을 촉구하며 재야인사들과 거리로 나선 이야기, 가택연금, 동두천 기지촌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한 이야기 등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한국사회의 질곡을 온몸으로 맞으며 좌절하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한 문 여사의 인생이 담겨 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문 여사는 그곳에서도 한국여성을 위해 봉사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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