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NASA 21세기 우주개발

20세기를 수식하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우주시대' 만큼 매력적이고 상상을 자극하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비록 옥토끼가 절구를 찧는 아름다운 환상의 달을 곰보 투성이의 불모지로 바꿔놓기는 했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이뤄진 우주개발의 노력은 인류의 상상력을 무한한 우주로 확장시켜 놓았다. 우주개발을 이야기하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항공우주국(NASA)이다. 최근 잇따른 대형사고로 체면이 구겨졌지만 21세기 새로운 우주시대를 개척할 선봉에 NASA가 자리잡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옛 소련이 57년 10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린데 이어 61년 3월 첫 우주인(유리 가가린)마저 등장시키자 미국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60년 대통령에 당선된 케네디는 60년대가 가기 전 인류의 달착륙을 선언하며 미국민의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아폴로 계획의 주축은 당연히 NASA가 맡았다. NASA는 스푸트니크 충격 이후 우주개발기구의 통합 기치 아래 58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발했다. 당시 NASA 직원은 8천명이었으나 아폴로 계획을 한창 추진때는 직원이 40만명까지 이르렀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이뤄진 아폴로 계획은 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디딤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는 오히려 NASA에 역작용을 가져왔다. 우주개발에서 소련을 앞지른 만큼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68년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NASA예산을 대폭 줄였고, 아폴로계획도 중단시켰다. 68년 NASA 예산은 46억달러에서 71년에는 33억달러로 크게 줄었다. 존폐의 위협을 느낀 NASA는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을 생각해 냈다. 고체연료 로켓을 사용, 재사용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을 개발하면 비용을 크게 줄여 우주개발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사실 우주왕복선은 역사 속에 보다 일찍 등장할 수 있었다. NASA는 X-15와 같은 비행기를 이용, 우주를 비행하고 우주정거장도 세울 계획이었으나 아폴로 계획이 발표됨으로써 이같은 순서가 뒤죽박죽돼 버린 것이었다.

72년 닉슨의 승인을 받은 우주왕복선 개발 계획은 81년 4월 컬럼비아호가 첫 비행에 성공함으로써 결실을 맺었다. 새로운 우주개발시대가 막이 오른 것이다. 이후 26회 비행을 하며 컬럼비아호는 군사위성, 상업위성을 쏘아올리고 갖가지 우주실험을 하며 우주왕복선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83년 4월 개발된 두 번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86년 1월 10회 우주비행에 나서던 중 공중폭발하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7명의 우주비행사가 숨진 이 사고로 우주왕복선 비행은 2년 8개월간 중단됐다. 디스커버리호는 84년 8월 첫 비행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27회에 걸쳐 우주비행을 성공했다. 특히 디스커버리는 지난 27일 허블망원경 수리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지구로 귀환, 사고로 얼룩졌던 NASA의 99년을 그나마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했다. 85년 10월 처녀비행에 나선 네 번째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는 20회 비행 중 대부분을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와의 도킹과 군사위성을 발사하는데 보냈다. 챌린저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가장 최근에 개발된 엔데버호는 92년 5월 첫 비행에 나서 지금까지 13회 우주비행을 했다.

NASA는 비용절감을 위해 차세대 재사용 우주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사용 중인 우주왕복선의 고체로켓은 회수가 가능하지만 액체로켓은 버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단점을 개선해 완전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선으로 개발 중인 것이 마하 8(시속 1만㎞)급 X-34와 마하 15(시속 1만8천㎞)급 X-33이다.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 중인 X-33은 '벤처스타'로 불리며 차세대 우주왕복선의 대명사로 꼽힌다. 벤처스타는 2004년 첫 비행계획이며, 실용화에 성공할 경우 우주왕복선 발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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