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안사범 장기수 없는 나라로

법무부가 29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송년 특별담화의 후속조치로 신광수.손성모씨 등 15년 이상 복역한 남파간첩출신 공안사범 장기수 2명을 석방키로 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공안사범 장기수가 없는 나라가 됐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지속적인 비판대상이 됐던 비전향 장기수 문제는 인권을 강조하는 김 대통령의 철학과 체제우월에 대한 자신감이 복합적으로 작용, 국민의 정부들어 해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김 대통령 취임 특사를 통해 남파 또는 고정간첩으로 활동하다 체포된 뒤 20년 이상 복역해온 장기 수감자들중 김인수(77).윤용기(74).최하종(73).윤수갑(77).홍경선(75)씨 등 7명을 전격 석방했다.

석방 기준은 나이 70세 이상, 복역기간 30년 이상이었다.

당시 풀려난 신인영(68)씨는 나이는 기준에 미달됐지만 골수암 투병중인 점이, 15년간 복역했던 김병주씨(74)는 사상전향서를 제출한 점이 감안됐다.

그러나 40년을 복역해 국내 최장기수로 불리던 우용각씨 등 장기수 19명은 석방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데다 사상전향을 거부, 사면에서 제외돼 공안사범 장기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후 같은해 8월 실시된 8.15 특사에서도 이들은 공안사범의 석방 전제조건으로 새롭게 도입된 준법서약서 제출마저 거부하는 바람에 또다시 은전을 입지 못했다.이들이 준법서약서 제출을 거부하고 옥살이를 고집했던 것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 지난 2월 단행한 대통령 취임 1주년 특사에서 우씨를 비롯, 최선묵(72), 안영기(71), 홍명기(71)씨 등 29년 이상 복역한 장기수 17명을 별다른 조건없이 석방하는 전향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들의 석방에 대한 보수.우익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인도적인 측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와 올 8.15 특사때 특사대상으로 거론됐던 남파간첩 손성모, 신광수씨가 제외돼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새 천년을 앞두고 최후의 공안사범 장기수로 남아 있던 두사람을 아무런 조건없이 석방함으로써 '공안사범 장기수가 없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장기수 석방운동을 펼쳐온 민주화실천운동가족협의회는 "손씨 등이 석방됨으로써 6공 이전의 공안사건으로 검거돼 복역중인 사람은 한사람도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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