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인가, 다시없는 기회인가'
때아닌 복권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최고 수십억원의 당첨금을 주는 복권 상품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서민들에게 '일확천금'의 꿈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사실 누구나 한번쯤 복권에 당첨되는 몽상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대부분은 '심심풀이로' '꿈이 괜찮아서' 등의 이유로 한두차례 복권을 구입해보고는 불가능한 듯한 당첨 확률에 실망해 슬그머니 그만두기 마련이다.
지난해말 소수의 애호가 중심으로 운영되던 국내 복권시장은 일대 전기를 맞았다. 국내 복권사상 최고의 당첨금(20억원)과 승용차 2천대를 내건 '밀레니엄 복권'(주택은행 발행)이 등장하면서 그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 복권시장 일대전기
재미삼아 한 두장 구입하기 보다는 혼자 수십만원어치를 한꺼번에 사가거나, 기업, 관공서 등에서 수십만∼수백만원 어치를 단체로 구입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회사원 김모(39)씨 처럼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구시내 10군데 판매소에서 각각 1만원어치씩을 구입하는 등 기발한 방식도 나왔다. 그 결과 발행 20여일만에 300억원어치의 복권이 모두 팔려나갔다.
또 최고 20억원의 당첨금을 내걸고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한 '새천년 더블복권'(한국과학문화재단 발행)은 불티나게 팔려 동이 났고, 같은 액수의 당첨금으로 이달초부터 판매에 들어간 '뉴밀레니엄 월드컵 복권'(월드컵조직위 발행)도 매진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수백만원어치 단체 구입도
게다가 제주도가 이들 복권보다 최고 당첨금(30억원)을 올린 관광복권을 3월부터 발행한다고 발표, 복권 붐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해 국내 11개 발행기관에서 내놓은 복권의 판매액은 7천여억원. 복권관계자들은 고액 당첨금의 복권상품 등장에 힘입어 올해 판매규모가 1조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들어서는 캐나다, 호주 등의 외국 인터넷 복권사이트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번 당첨(70, 80억∼3백억원)되면 거의 준재벌의 대열에 낄 수 있는 탓에 가입자들의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주택은행 복권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복권구입률은 미국, 유럽 등은 물론이고 중국, 홍콩 등에도 크게 뒤진다"면서 "당첨금을 높인 복권들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복권시장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규모 갈수륵 늘어날 듯
그러나 이같은 복권붐을 우려의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단순한 사행심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벤처, 주식 등으로 대표되는 '골드러시'의 환상이 복권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누구는 수월하게 수십억,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는데 나도 어쩌면" 하는 고달프게 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박탈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논리다. 월급 1백만원을 받는 이가 매월 10만, 20만원 어치의 복권을 구입하는 기행(?)을 자주 보게 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경북대 의대 이죽내(정신과)교수는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복권 등에 집착하고 있다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사회전체가 돈에 병들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충동심리를 극복할 수 있는 자세가 정신건강에 좋다"고 충고했다.
밀레니엄 복권의 경우 1등 당첨확률은 1천500만분의 1이었다. 결국 확률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인데도 여기에 목매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사회전체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어쨌든 복권붐은 앞으로도 쉽사리 숙지지 않는 사회현상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朴炳宣기자
---복권당첨 길몽도 갖가지
어떤 꿈을 꾸어야 복권에 당첨될까.
주택은행에 따르면 1억원 이상 복권당첨자들은 대부분 복권을 구입하기 전날 길몽을 꾼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꿈을 꾼 사람이 10명에 1명꼴로 제일 많아 돼지꿈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대표적인 꿈임을 입증했다. 꿈에서 도인, 용변, 조상 등을 본 경우도 꽤 높은 비율이었다.
이밖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복권을 주셨다'거나 '김대중 대통령과 면담했다' '남편이 임신했다'는 꿈도 있었다고.
관계자들은 역대 당첨자 중 돼지, 용, 호랑이, 소, 조상, 불, 대통령, 자신의 죽음, 용변 등의 꿈을 꾼 순서대로 당첨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액 복권당첨자는 서울 43%, 경기 17% 등으로 수도권에서 절반 넘게 나오고 오랜 기간동안 꾸준하게 구입했던 사람들의 당첨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0억원을 받은 울산의 30대 회사원마냥 특별한 운을 지닌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미국민 40% 고정 구입 '복권 왕국'
'일확천금'의 꿈은 어디에도 있는 모양이다.
전세계적으로 복권을 발행하는 국가는 1백여개. 이중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에서 가장 많은 복권을 발행하고 상금액(수십억∼수천억원)도 엄청나다. 독립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굵직한 공공사업 자금을 복권으로 마련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인들의 복권 열기는 극성스럽다. 서민의 40% 정도는 월급의 5~10%를 따로 떼놓고 복권 구입에 사용한다고 하니 가히 '복권천국'이라고 할만 하다.
영국의 경우도 성인의 70%가 복권을 구입하고 있다. 지난해 새천년 축제 비용 1조6천억원을 복권으로 충당했다는 것.
지난해 12월 스페인 남부 도시 주민 145명은 크리스마스 복권으로 세계 복권사상 최고액인 435억페세타(약2천9백억원)를 받기도 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동전으로 긁어 당첨금을 확인하는 즉석식보다는 6개의 구슬을 뽑는 로토(lotto)방식을 많이 쓰고 있다. 구입자가 컴퓨터용 카드에 1에서 44~49의 숫자중 6개를 골라 써넣고 추첨으로 이를 맞추는 방식이다. 단순히 운에 맡기기보다는 머리의 감각도 갖춰야 하는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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