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초점-EBS김용옥 강좌

오락성.시사성 같은 TV 프로그램의 특성을 뛰어넘으면서 많은 지식인들에게 화제거리를 제공하는 김용옥 교수의 EBS 노자 강의. 전체 56회 계획 중 40회 가까이가 방송되면서 그 특성에 대한 의견 정리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어떻게 해서 이만큼 대중적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과연 그같은 열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등등.

'도올 김용옥의 알기 쉬운 동양 고전-노자와 21세기'라는 정식 명칭을 가진 이 프로그램이 EBS-TV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22일. 그때 막 대학 수능시험이 끝나, 이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가 필요하다는 방송사측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당초엔 수험생을 주대상으로 하고, 전체 56회를 2, 3개 동양 고전 강좌로 나눠 구성하려는 것이 방송사 측 계획이었다. 그러던 것이 김 교수가 강사로 선정돼 협의가 시작된 뒤, 주시청자의 설정도 일반 지식인으로 바뀌고, 강사도 단일화 됐다는 것.

바뀐 것은 또 있다. 당초엔 참석 방청객 수를 80여명으로 잡았으나, 최고 200명 이상으로 확대돼 버린 것.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케이블의 아리랑TV 스튜디오에는 150여개의 좌석을 차지하지 못한 수십명이 서서 강의를 듣고 있을 정도. 이같은 인기 속에서 강좌는 어느덧 지난 주까지 36회분이 방송됐고 이번 주 목요일까지는 40회가 나갈 예정이며, 다음달 24일까지 56회에 걸쳐 이어질 계획이다.

EBS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은 오후 시간대 어린이용 외에는 거의가 영점 몇%대에 머문다. 또 KBS.MBC 등의 경우에도 교양 프로는 시청률이 극히 낮고, 심지어 어떤 채널에서는 저녁시간 주력 뉴스 시청률 조차 10%를 훨씬 밑돈다. 그런 가운데도 이 노자 강좌의 시청률은 밤 11시라는 취약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최고 4%대까지 치솟았다. 이 시간대의 시청자 가정 20가구 중 적어도 1가구는 이 강좌를 듣고 있는 것으로(점유율) 조사돼 있기도 하다.

이렇게 인기가 오르자 김용옥 교수가 그 교재라며 펴낸 책이 벌써부터 베스터 셀러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또 EBS 측에서도 김 교수의 강의가 끝나더라도 이 시간대에 계속 유사한 강좌를 개설한다는 계획 아래 후속 작품을 구상 중이기도 하다.

이 시간대는 본래 또하나의 EBS 교양강좌 '세상보기'가 재방송 되던 자리. 때문에 '세상보기' 강좌들과의 차이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세상보기'는 결코 만나기 쉽잖은 국내 석학들의 강의를 생생한 화면으로 접할 수 있는 아주 진귀한 코너. 그런데도 시청률은 아주 낮다. 왜 그럴까? 그렇게 좋은 강사를 한달에 최소 5명 이상 만날 수 있는 아주 귀한 그 프로그램은 인기가 없는데, 어째서 김용옥 강좌에는 모두들 시선이 쏠리는 것일까? 더우기 이 프로그램엔 특히 30대.대졸.여성 시청자의 시청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인문계 출신보다는 이공계 출신자들이 더 신선하게 받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나 있기도 하다.EBS측은 인기 원인 중 하나를 강좌 내용과 강사의 적절한 배합에서 찾았다. 김 교수가 높은 지명도 및 관심 유발력을 가짐으로써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바탕이 됐으나, 여기에 철학이라는 차원 다른 주제를 접목한 것이 성공의 요체가 됐다는 것이다. 다른 채널들에서도 간혹 김 교수를 등장시킨 적이 있으나, 다룬 내용이 일상적인 것이었던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는 견해이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유규오(柳奎吾) 프로듀서는 "경쟁 지배주의로 치닫는 사회.시대 상황이 노자라는 텍스트의 파괴력을 높인 측면도 커 보인다"고 했다. 일반적 강좌들이 지식의 전달에 치중하는 데 반해, 노자 강좌는 결국 '인식'의 전환, 지혜의 깨달음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가졌다는 지적으로 보인다이렇게 되면 강의 진행도 달라지는 것. 지식 전달의 강좌는 학구적이고 진지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하지만 기존 인식의 파괴에서 출발할 지혜의 깨달음 및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강좌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특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열정적이고 자유 분방한 강의를 가능케 하며, 그런 강의는 고승들에게서나 들을 수 있을 만큼 접할 기회가 적다는 분석일 것이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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