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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대입논술-30차 문제 최우수작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 또한 일반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와 같은 변화된 시대가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반면, 자신의 삶의 순수성만을 고수하며 시대의 조류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시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순수성을 지키는 사람들은 시류에 적응하는 사람들로부터 '미련하다'는 놀림을 받기도 한다. 이들이 놀림을 받는 이유는 그들을 놀리는 사람들끼리 일방적으로 정한 '효율성'이란 기준에서 비롯된다. 그리하여 현대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이들은 사회 또한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도록 만들었고, 그래서 이러한 가치 기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두 부류의 사람들 각각의 입장에서 본다면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은 달리 판단될 수도 있고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 소중한 것은 다를 수 있다.우선 자신의 삶의 가치를 확신하며 그 삶의 순수성을 고수하려는 사람에게 있어서 주위의 변해 버린 환경의 간섭과 시류에 적당히 타협하는 일이란 쓸모 없는 일인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서 극소수이다. 반면에 자신들이 영리하며, 민첩하다고 확신하며 시류에 적응하는 대다수의 현대인에게 쓸모 있음이란 '효율성'의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들이다. 아무런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비생산적인 일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쓸모 없는 일이 된다. 그래서 이들은 다수를 형성하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 쓸모 없는 것으로 비치는 일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못마땅해하며 자신처럼 변모시키려 애쓰기도 한다. 제시문에서 줄광대 허 노인과 매주 곽 서방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단장과 서 영감이 후자에 해당한다. 전자의 인물들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다가 결국은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그러나 꼭 계승되어야 할 것인데도 시류에 재빠르게 영합하며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전통이다. 이들에게 이르러서는 하나의 물건을 만들 때 혼을 다하는 정성을 쏟아 붓던 장인들의 정신은 최고의 영리만을 추구하는 장사 정신으로 변질하게 된다. 약삭빠름과 계산적 쓸모만으로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는 분명히 어떤 부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제시문 (가)에서 허 노인의 줄타기는 줄을 타는 자신의 삶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를 최고의 목적으로 삼는 단장에게 있어서는 공을 들이고 인내와 끈기로 수련을 쌓아 도달한 그렇게 유연한 줄타기보다는 아슬아슬하면서 아찔한 실수를 할 뻔하는 줄타기가 관객 동원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므로 허 노인의 줄타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전통을 잃는다는 것은 과거로부터의 삶의 순수성을 잃는다는 것이고 이것은 또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잃는다는 것이다. 마치 되돌아갈 때 필요한 다리를 건너왔음만 기뻐하면서 뒷일 생각 없이 잘라 버리는 것과 같다. 매주 곽서방이 '저도 사냥이 문제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은 현재적 효용성이 없다고 무조건 부정해 버리는 현대 사회의 부정성을 거부하는 행위이다. 곽 서방에게 있어 매사냥은 생활의 방편이 아니라, 삶의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생활 방편으로서의 매사냥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서의 매사냥이 문제라는 것이다. 매잡이가 현재적 삶의 방식과 전면적으로 대립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의 순수성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그 찰나를 좇아가며 잘못된 가치 기준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큰 줄기를 잃고서는 흐름을 알 수 없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작은 효율성을 위해 정말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황보 민(대구외국어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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