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각의 제국

'감각의 제국'은 최근 '고하토'를 완성, 노병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한창 나이(44세)인 1976년에 만든 영화다.

영화를 본 이들은 대부분 "남녀의 성행위에만 포커스를 맞춘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느냐?"는 의문을 갖는다. 남녀의 성기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그것도 배우들의 리얼 섹스로 표현한 것은 "전형적인 포르노의 표현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다. 감독의 엽기적인 악취미의 소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요정 주인인 이시다 키치조우와 요정 종업원인 아베 사다는 세상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두 사람만의 애욕을 즐긴다. 둘의 사랑은 단순한 욕망을 넘어 뒤틀린 집착으로 치닫는다. 식사도 거른 채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던 둘은 마침내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

사다는 키치조우를 자신만의 영원한 남자로 만들기 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성기마저 잘라 버린다.

영화는 일본 군국주의가 극에 달했던 1935년, 당시 일본 열도를 뒤흔든 '아베 사다'사건을 스크린에 옮겨 담은 것이다. 아베 사다라는 여인이 자신과 섹스를 나누던 남자를 죽이고 그의 성기를 자르는 등 미친 상태에서 며칠 동안 도쿄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던 사건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아베 사다 사건'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러나 오시마 나기사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시각화하는 영화인만큼 성적 표현도 연기가 아니라 '실연'이어야 한다는 소신도 굽히지 않았다.

당시 배우였던 후지 타츠야(남자 키치조우역)와 패션 모델 마츠다 에이코(사다역)가 이런 감독의 소신에 뜻을 같이해 주연을 맡았다.

또 한가지는 이 사건을 일본의 '병적인' 군국주의와 연계한 것이다. 군인들의 행렬 옆을 키치조우가 힘없이 지나가는 것은 대표적인 장면. 이런 군중신은 영화의 스토리상 뜬금 없는 것이다. 감독은 군국주의의 광폭성과 함께 자신들의 틀 속에서 안주한 당시 일본 지식사회를 우회적으로 비꼰 것이다.

오시마 나기사는 '영화는 정치 투쟁의 수단'이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일본 도쿄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엘리트 출신으로 계급대립과 소외문제, 국가와 민족, 섹스 등 다양한 주제를 영화의 틀 속에 표현한 감독이다.

1976년 제30회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는데 이례적으로 밀려드는 재상영 요구로 영화제 기간 중 총 14회를 상영했다. 그러나 일본내에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음란물 제작, 배포' 혐의를 뒤집어썼다. 영화는 7년 간의 법정 투쟁 끝에 1983년에야 일본에서 상영됐다.

실제 정사 장면과 엽기적인 내용으로 세계 각국에서 20년 이상 논란을 일으킨 만큼 국내 개봉에도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상영판의 러닝타임은 86분. 국제버전 91분에서 5분 여를 잘라냈다. 프랑스에서 상영된 무삭제판 원본의 상영시간은 104분이었다. 18세 관람가. (1일 씨네아시아 개봉)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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