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진주만 촬영 말썽 잇따라

지난 10일 촬영에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진주만'(Pearl Harbor)이 잇따른 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촬영 중인 전투기가 추락하더니 지난 주에는 미국 항공모함이 일본 항공모함 대역을 맡자 미 재향군인회가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진주만'은 2차 대전 중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배경으로 두 공군비행사와 군 간호사와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스펙터클 전쟁영화. 기본 제작비만 1억3천500만 달러(한화 약 1천512억 원)가 들어가는 거대 프로젝트.

지난 주 폭탄을 탑재한 일본 전투기가 미 군함에 뛰어드는 가미가제신을 찍던 중 전투기 3대 중 하나가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스턴트맨은 손가락이 부러져 절단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촬영팀을 덮쳤더라면 큰 참사가 날 뻔한 사고였다.

또 하나는 항공모함 섭외가 의외의 벽에 부딪친 것. 제작진은 당시 일본 항공모함을 대신해 퇴역 미국 항공모함 렉싱턴호를 영화에 출연시키기 위해 협상 중이다. 2차 대전 당시 태평양 전역에서 활동하다 지난 91년 퇴역한 렉싱턴호는 현재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에서 선상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지난 76년 전쟁영화 '미드웨이'에서 일본 전함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어 렉싱턴호의 '진주만' 출연은 순조롭게 보였다. 그러나 진주만전투의 생존자회에서 반발하고 나서면서 일이 꼬이고 있다.

생존자회 코퍼스 크리스티지부의 해리 오그(77)씨는 "진주만, 미드웨이, 유황도 전투 등 여러 해전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며 "일본기가 미국 전함에 나부껴선 안될 말"이라며 거세게 반대했다. 또 "돈 때문이지만, 정작 그들(영화 제작진)이 진주만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알기는 하느냐?"고 비난. 또 다른 생존자인 갈렌 에슬릭(77)씨도 "피치 못해 렉싱턴이 일본 항공모함으로 쓰인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아직도 전쟁으로 인한 적개심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고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박물관측은 "렉싱턴호의 배역이 박물관 설립 취지를 되살릴 뿐 아니라 영화가 젊은 세대들에게 그 날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며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또 렉싱턴호는 진주만 공습 보복에 나서 미국의 도쿄 공습을 단행한 호넷 항공모함 역으로도 출연하게 된다.

'더 록''아마겟돈'의 마이클 베이가 메가폰을 잡은 '진주만'은 내년 5월 23일 개봉 예정이다.

金重基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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