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전자 기능 규명 '1순위'

"인간게놈프로젝트는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합니다. 인간의 약 30억쌍 염기서열에 관한 정보가 완성되면 이를 통해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는 후속연구가 본격화될 것입니다"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게놈연구소(NHGRI) 관계자는 이렇게 포스트게놈시대의 연구방향을 설명했다.

포스트게놈 프로젝트가 게놈처럼 대규모 국제적 공조가 될 지는 미지수이나 선진국의 각 연구주체들은 벌써부터 게놈 이후를 발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NIH가 제시하는 포스트게놈시대 연구방향은 크게 5가지로 압축된다.

그 내용은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데 어떤 염기들이 기능을 발휘하는 지에 관한 기능유전체학 △개인들의 염기서열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 지를 규명하는 비교유전체학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는 프로테움(proteom) △쥐 등 인간 유전체와 유사한 모델동물들의 유전체 해독및 인간 유전체와 비교연구 △바이오칩등 각종 기술개발 등이다.

이 가운데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는 일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염기서열 정보 자체는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초보자료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염기 수천쌍이 조합된 유전자가 결국 인체에서 어떤 기능에 관여하는 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핵심연구라는 것.

이 연구는 질병치료와 의약품개발로 직결되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투자, 연구가 공공부문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단백질의 3차원적 구조를 밝혀내 세포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프로테움 프로젝트 역시 주요한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미 영국과 네덜란드는 이 부분에서 상당한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다.

NIH 산하 생물공학정보센터(NCBI)의 데이비드 리프만 소장은 "게놈 프로젝트의 방향중 하나가 유전자 정보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구조를 해석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게놈발표이후 자연 그쪽으로 연구가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테움 프로젝트가 중요한 것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적혈구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주체인 헤모글로빈 등 인체의 온갖 생리현상을 조절하는 주역이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 현재까지 밝혀진 10만여개 단백질가운데 기능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9천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9만개가 넘는 단백질의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지금 생명과학자들의 큰 숙제로 남아있다.

한편 비교유전체학은 간단히 말하면 '사람마다 모습이 다른 것은 어떤 유전자 때문인가', '장수하는 집안과 단명하는 집안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등을 밝히는 연구다. 개인간, 인종간, 생물간 게놈정보를 비교해서 차이점을 찾아내 이로 인한 생체기능의 차이를 추적하는 것이다.

특히 사람간의 차이를 조사하는 단일 염기변이(SNP, signal nucleotide polymorphism) 즉 염기 하나의 차이를 비교하는 일은 유전병을 찾아가는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 정상인이라도 염기 1천개에 1개꼴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차이가 난다고 해서 모두 유전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람간의 염기차이를 분석하다 보면 결국 유전병과 관계있는 염기를 찾아낼 수 있다.

미국립게놈연구소는 이를 위해 기업, 정부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SNP마커(marker)를 30만개 이상 개발하고 이를 완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비교유전체학은 사람끼리의 차이를 연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동물들 가운데 사람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종류가 많다. 예를 들어 침팬지 유전자는 사람과 98%정도가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만일 인간게놈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침팬지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돼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밝혀진다면 인간의 질환연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침팬지를 모델동물로 사용해 특정 유전자를 변형시킴으로써 질병을 일으킬때 마다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리프만 소장은 "현재 쥐와 원숭이의 게놈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 몇년동안 세균및 병원균에 대한 게놈 프로젝트에서는 상당히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면서 "이런 세균, 병원균에 대한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사람의 질병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트게놈시대에는 DNA칩의 보급도 일반화될 전망이다. 지난 98년 미국에서 처음 제품화된 DNA칩은 인간의 유전정보인 DNA를 컴퓨터의 반도체 칩기술을 응용해 우표크기의 판위에 심어놓은 장치다. 이 칩에 검사 대상자의 혈액이나 조직에서 추출한 DNA샘플을 반응시켜 짧은 시간안에 질병유무와 이상 유전자등을 밝혀낼 수 있다.

NIH에서 세포신호전달체계를 연구하고 있는 이서구 박사는 "인체에는 한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가 여러개 존재하는 경우도 많고 또 한가지 유전자가 여러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이상이 생겼을 경우 문제의 유전자를 식별해내는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면서 "무척 어려운 작업이지만 불가능할 것으로 보지는 않으며 다만 오랜 연구와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