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탑 150여개 깨달음 하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 돌탑들은 IMF 직후에 당한 실직의 어려움을 이겨내게 해 준 소중한 것들입니다". 대구 앞산 달비골에서 오른편 청룡산 쪽으로 오르는 등산로에 지난 2년여간 돌탑 150여기를 쌓은 김은수(64, 대구시 진천동)씨.

그 흉칙했던 IMF의 악몽은 많은 사람들을 혼돈케 했고, 적잖은 가정을 위기로 내몰았었다. 그리고 사람들 각각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야 했었다. 김씨가 택한 길은 앞산 돌탑 쌓기.

불교 신자인 김씨는 그 전부터 작은 부처님 상을 하나 절에 안치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 뿐. 늘 쪼들리는 생활이 발을 잡아 맸다. 이때 다가온 것이 실직. 이런 것을 인연이라 하던가? 불상 모시기 대신 돌탑 쌓기를 시작했다.

"욕심이란 게 끝이 없는 것 같습디다. 처음엔 18개만 쌓고 그만 두려했는데, 목표가 108개로 바뀌더니, 지금은 전국 최다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도 돈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돌무더기로 스산하던 등산길이 마니산 못잖은 아늑한 산책로로 바뀌었다.

한여름 더위 속에서 그렇게 많은 땀을 흘려가며 돌탑을 쌓아도 마음만은 편하더라고 했다. 사람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이 일로써 깨달았다는 말일 터. 도시락까지 싸들고 와 지켜봐 주고, 심지어 일을 거들기까지 하던 부인(65)의 고마움을 깨달은 것은 또다른 성과. 그래서 아내 몰래 돌탑 속에 두 사람의 행복을 비는 글을 돌에 적어 넣기도 했다.

김씨는 요즘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한다. 건축 경기가 살아난 뒤엔 그래서 돌탑을 찾아 볼 시간 내기가 쉽잖다. 그때문에 혹시 모르는 새 돌탑들이 무너져 내리지나 않았을까 안타까워,'돌탑이 훼손되었을 때는 연락주시기 바랍니다'는 메모지를 붙여 놓았다. 그 뒤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돌탑이 무너져서 때문만은 아니더라고 했다. 朴云錫기자 multiculti@imaeil.com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충북 청주에서 당원 교육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엄 해제 표결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iM금융그룹은 1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강정훈 iM뱅크 부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정훈 후보는 1969년생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훈련용 사격 실탄 2만발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인물은 현재 구속되어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