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산악인 50여일 원정기-티베트.티베트인(중)

바람과 돌산, 끝없이 황량한 산야에 펄럭이는 라마깃발. 지금도 자연 그대로의 신비감을 간직한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황무지 그리고 먼지나는 비포장 흙길. 푸른 산야가 뒤섞인 2천~3천m의 장무나 니알람과는 달리 초모랑마로 가는 통과마을인 4천~5천m 고도의 팅그리와 쩌쉬퉁은 황무지같은 산야뿐이었다. 평지나 산계곡 사이 겨우 자리잡은 밀밭 위로 황량한 바람만이 가득했다.

사람 그림자조차 만나기 쉽잖다. 몇시간이고 지겹도록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어쩌다 회색빛의 흙벽돌 집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또 마을주변에서 유난히 많이 눈에 띄는 검은 개들이 '이곳이 바로 티베트'임을 일깨워 준다.

또한 고갯마루를 넘을 때 돌탑(카렌)에 꽂혀있거나 집집마다 나부끼는 오색 라마교 깃발이 티베트 지역임을 확인시켜 준다. 불교와 원시종교 본교에 바탕을 둔 라마교를 독실히 믿는 티베트인들은 양(羊)등 일부 동물을 제외하고는 살생을 삼가개들이 많다고 한다.

네팔국경 코다리에서 티베트 수도 라사로 통하는 비포장 흙길인 707공로(公路)를 따라 원정에 나섰던 대구 초모랑마 원정대는 8월 하순 원정을 시작, 10월 중순 귀로(歸路)에 올랐다. 그때마다 티베트 풍경은 사뭇 달랐다.

누른색 띠기 시작했던 밀밭은 이미 가을걷이를 막 끝냈거나 막바지 수확단계에 접어들었다. 마을 앞 들판에는 밀알 탈곡을 위해 고삐잡힌 말(馬)들이 밀단 위를 부지런히 밟고 다니고 있었다.

707공로를 따라 산언저리와 언덕, 평지 여기저기 자갈돌과 바위 사이 펼쳐진 목초지는 양떼와 말떼, 그리고 키 작고 털 많은 야크무리가 부지런히 몰려 다니고 있었다. 여기저기에는 목동들의 삼각뿔 낡은 텐트들이 외롭게 버티고 있었다.

특히 야크는 티베트쪽 히말라야에서 짐 수송에는 없어서 안될 존재. 추위에 강하고 힘이 센데다 6천m가 넘는 웬만한 산도 거침없이 다녀 외국 원정대를 대상으로 한 '달러벌이'로 톡톡히 몫을 해내고 있다.

나무가 거의 없는 고지인데다 전기조차 공급이 안되는 티베트 오지는 촛불로 밤을 밝혔다. 외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일부 숙박업소나 식당 등에서는 소형 발전기를 돌려 전기불을 켰다.

연료가 마땅찮아 지붕과 담벼락마다 소나 말똥, 나무조각 등을 주워 말려 쌓아 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가끔 나무땔감을 가득 실은 트럭이 어디론가 오가는 모습은 과거 우리네 조상들이 땔감을 팔고 사고 했던 시절을 연상시켰다.

중국내 55개 소수민족중 600만명(추정)으로 소수민족중 6번째인 티베트. 그러나 1㎢당 겨우 1명정도가 살 만큼 면적(122만㎢.남한면적의 5배)이 드넓다. 지금은 중국의 지배를 받아 종교의 자유가 제한돼 있지만 인도에 망명중인 달라이 라마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

이번 원정 길에 만난 비엠바라는 20대 청년은 "당국에서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마음대로 갖고 다니거나 벽에 걸어놓지 못하도록 하는 바람에 숨겨놓고 꺼내 본다"며 달라이 라마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는 또 "많은 주민들이 기회가 되면 라사 포탈라궁에 가보기를 바란다"며 당국의 종교탄압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들의 라마교에 대한 독실한 믿음이 대단함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티베트 구석구석까지 파고 든 중국 공산당의 인민해방군 막사나 가는 곳마다 만나는 붉은 색 '공(公)'자가 내걸린 공안당국 건물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티베트인들의 독립에 대한 바람은 달라이 라마에 대한 갈망만큼 간절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힘 앞에 어쩔수 없는 티베트인들. 검게 탄 모습 못지않게 마음도 검게 타고 있으리라.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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