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의 위기극복 해법은?"

미국민들은 43대 대통령 선거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슬기롭게 잘 이겨내면 자신들이 말해 온 '미국적 위대함'을 오히려 더높이고 '국가적 승리'를 성취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양측이 계속 '개별적 승리'에만 집착한다면 이전투구 상황으로 추락하고 분열이 심화됨으로써 국가 자체의 힘이나 세계에 대한 권위가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0…문제가 생긴 뒤 민주.공화 양측은 일단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플로리다 재검표에서도 327표 앞선 것으로 집계된 뒤 부시측은 고어 측에 경쟁을 포기하고 비공식 개표 결과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공보 책임자는 성명을 내 "재개표 결과 부시가 승리했음이 밝혀졌다. 고어 진영이 소송과 재개표 추가 실시 위협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소송과 추가 재개표는 "합법적인 대통령 선출 과정을 뒤흔들 뿐 아니라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어 진영은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재개표 최종 결과와 부재자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대권 도전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선거대책본부장 데일리도 재개표 관련 성명을 내고 "부시 진영의 오늘 아침 주장과는 반대로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0…일반 지지자들도 시위를 벌이며 충돌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국민들은 고어를 원한다" "재투표를 실시하라"… 한국시간 10일 오후, 현지시간으로는 밤 10시나 됐지만. 텍사스 주도 오스틴 시내 부시 후보의 텍사스 주지사 관저 뒷도로 건너에서는 민주당 고어 지지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또 이들과 조금 사이에 두고 다른 한쪽에선 부시 지지자들도 뒤질세라 악을 쓰고 있었다.

삼성계열 기업에서 근무한 적 있다는 한 미국인 시위 청년은 "부시의 고향으로 원정왔다"며, 팜비치에서는 재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시 지지 대학생은 "고어는 깨끗이 승복하라"고 요구했다. 부시 지지자들이 먼저 철수함으로써 충돌은 없었지만, 험악한 사태가 돌발하지 않을까 보는 이들은 마음을 졸였다.

지금 미국 선거 격전지 곳곳에서는 이같은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거의 절반으로 나뉘어진 전체 미국인들의 대리전을 상징하는듯 했다.

0…양진영 뿐 아니라 국민들의 이같은 대립과 분열에 갈수록 더 미묘해지는 득표수 차이가 기름을 붓고 있다. 역시 재개표가 진행 중인 뉴멕시코 주에서도 부재자 표가 모두 도착하지 못한 가운데 고어는 겨우 1천여표의 우세 밖에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위스콘신.아이오와 등에서도 사정은 비슷해, 플로리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시측이 오히려 재개표를 요구할 움직임이다.

이런 가운데 10일엔 "전국 득표 숫자까지 부시 우세로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변수는 캘리포니아주 부재자 투표 결과. 현재 전국적으로 고어가 20여만표 앞서 있지만, 캘리포니아는 현재 101만5천434표에 이르는 부재자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는 오렌지 카운티, 샌디에이고, 센트럴 밸리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카운티 선거 결과는 오는 12월5일까지 최종 보고토록 돼 있으나, 다음 주 중에는 모두 집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실제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단의 투표에서는 말썽 많은 플로리다 주 선거인단의 참여를 배제해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해석까지 대두해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헌법은 단지 임명된 선거인단의 과반수를 득표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라는 여러 법학자의 해석을 10일 전하면서, 오는 12월18일 선거인단이 워싱턴에 모여 투표할 때까지 플로리다가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못하면 이런 해석의 적용이 검토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고어의 당선이 확실,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0…미 대통령선거 결과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현지시간 10일 뉴욕 증시가 또 폭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됐다. 나스닥 지수는 5.3%나 폭락했으며, 다우존스 지수도 2.12% 떨어진 뒤 장을 마감했다.

앞서 장이 마감된 유럽 증시에서도 런던 0.7%, 파리 2%, 프랑크푸르트가 1.5% 하락세를 나타냈다. 선거 이후 사흘간 도쿄증시는 2.7%, 홍콩증시는 2.7% 빠졌다. ABN 암로 도쿄 지점의 전략가 래럴 휘튼은 "미국 대선이 투자가들로 하여금 관망세를 보이도록 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0…혼란이 심화되자 미국의 신문들은 슬기로운 위기 극복을 거듭거듭 주창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헌정 위기가 초래되기 전에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고, 일단 결론이 내려지면 어느 쪽이든 승복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10일 정치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촉구했다.

신문은 "재개표가 아무리 정밀해도 오류 가능성은 늘 있고, 패자도 의구심을 갖게 돼 있다"면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고 패자도 깨끗이 승복해야 헌정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밥 케리 전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 "50번이나 100번 재개표해 평균을 내 승자를 가리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게 해도 역시 패자는 의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두 당 모두에 의해 존경 받는 온건주의자 존 브로 상원의원은 "지금 같은 상태가 2∼3주 계속되면 헌정 위기가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뉴욕타임스 신문도 9일에 이어 10일에도 거듭 사설을 실어 양 진영에 감정 자제를 촉구하고, 법적 투쟁이나 재투표에 의해 해결하려 하지 말도록 경고했다. 신문은 "일부 선거 하자와 분노는 이해하나 재투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건전치 못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환기했다.

신문은 세계 지도자의 역할을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 양측이 이번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고어측이 법적 투쟁을 선언한 것을 우려했다. 또 더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고어 측근들이 함부로 '헌정 위기'라는 용어를 동원하고 12월18일의 선거인단 투표 봉쇄 등을 운운하고 있는 점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또 부시측에 대해서도 권력인수팀을 구성하는 것이 사태해결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신종합=국제팀

"누가 이겼지" 미 선거 곳곳 혼란

플로리다 투개표를 둘러싼 혼란이 소송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뉴멕시코주 승패와 전국 득표 숫자도 역전될 가능성이 제시되는 등, 지난 7일 실시됐던 미국 선거가 심각한 후유증 국면에 빠졌다. 이때문에 국론 분열과 지지세력 간의 패갈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CNN방송은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재개표 결과 부시가 고어에 327표 앞섰다고 AP통신 집계를 인용해 한국시간 10일 오후 7시20분쯤 보도했다. 그러나 선관위측은 공식 발표를 14일까지 미뤘고, 3천여표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미도착 부재자 투표 개표가 17일에야 이뤄질 계획이어서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지 법원은 일부 유권자 소송을 수용해 그 재판이 열릴 14일까지 추가 재개표를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선관위는 고어 진영의 요구에 따라 카운티 내 3개 투표구에 투표함에 대한 수작업 2차 재개표를 11일 중 실시하기로 동의했었다. 브로워드 카운티 선관위도 수작업 2차 재개표 실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현재 민주당은 소송을 추진 중이고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선거소송은 투표결과 확정 1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플로리다 주에서는 팜비치 6건과 탤러해시 카운티 2건 등 모두 8건의 소송이 이미 제기돼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 미개표 부재자 표만도 100만표를 넘어 현재 20만표에 불과한 고어(우세)-부시의 전체 득표수 승패 조차 뒤집힐지 모른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아직 1차 개표가 덜 끝난 오리건 주에서는 고어가 겨우 5천여표 차(총 150여만표), 재개표가 진행 중인 뉴멕시코에선 부시가 겨우 160여표 차로 우세한 등 접전의 후유증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하원의원 선거도 4∼5개 선거구에서 너무 적은 표 차 때문에 재개표가 진행 중이고 워싱턴주는 상원의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플로리다 대선 투표가 계속 문제 될 경우 선거 혼란이 전국으로 확산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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