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금융구조조정에 사용된 공적자금의 용처와 투명성을 가리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 총재단회의에서 당초 이번 정기국회에서 1차분 공적자금 109조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된다던 강경한 태도를 바꿔, 시간을 갖고 내년 임시국회에 가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은 또 2차 신규투입분 40조원의 공적자금에 대해서도 용처와 투명성, 최소비용 여부 등을 따지는 선에서 사실상 '선(先) 동의'해주기로 하는 등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한구 제2정조위원장 등 당내 강경파가 40조원에 대한 공적자금동의안처리를 '공적자금관리특별법'과 '관치금융청산법'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실상 철회된 상태다.
재경위 차원에서는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제정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추가 공적자금 심의를 앞둔 기세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공적자금 문제에 대해 융통성을 보이는 것은 발등의 불인 2차 금융조정작업에 투입될 돈줄을 막아 금융권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책임이 자신들에게도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권철현 대변인은 "보기에 따라서는 야당이 너무 관대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공적자금이 제 때 투입되지 못하면 경제가 더욱 형편없어질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우리당도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권 대변인은 "이회창 총재가 대정부질문에서 경제위기를 거론하면서 '수습'에 나서자고 한 대목을 유의하면 공적자금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당의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나라당은 공적자금 국정조사의 경우, 한빛은행 국정조사와 비슷한 시기에 실시하면 초점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장기적으로 확보해 내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들은 "여당에 고리를 걸 소재가 바닥나게 되면 과연 내년에 가서 여당이 공적자금 국정조사에 협조적으로 나오겠느냐"는 비판으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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