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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은 강진 백련사 귤동의 산 이름이자 정약용의 호다. 다산 숲 서쪽에 다산초당(茶山草堂)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차모임인 다신계(茶信契)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다.

정약용은 "눈발 날리는 산 속의 등불아래 자순차(紫筍茶) 향기 바람에 날리고, 힘찬 불로 들판에서 새 샘물로 차 달이네"라고 노래했다. 또 "우리들 제자 18명은 스승과 한자리에 앉아서 다신계절목(茶信契節目)을 만든다"고 했다.

다신계의 취지와 회칙은 이렇다. "우리들 사람이 귀한 것은 신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형이나 아우처럼 모여서 글을 읽고 차를 마셨다.

이제 우리의 스승은 북녘으로 돌아가려하고 우리들은 별처럼 흩어져서 서로 잊고 신의와 도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이라 하리. 각자 한냥씩 내어서 2년동안 모이니 밭을 일구고 다신계라 하고 신의를 위한 밑천으로 삼게 하셨다. 그 조례와 수효를 자세히 적는다. 매년 청명이나 한식날, 그리고 국화꽃이 필 때 다산에 모인다. 운(韻)을 따라 시를 짓고, 곡우날에는 어린 차를 덖어서 한 근을 만들고, 입하절 늦은 차는 떡차 두 근을 함께 만들어 시와 함께 스승에게 보낸다. 계원은 서로 의논하여 논밭이나 차농사가 묵히거나 거칠어지는 폐단이 없게 한다"다신계는 차로 맺어진 계 모임이다. 이와같이 차를 마시면서 스승을 사모하는 다신계절목은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30년까지도 지켜졌다. 신의를 잊지 않고 차를 생산하는 차모임은 우리 문화의 독창적이고 그 유례가 없는 끽다(喫茶)문화인 것이다. 다산은 우리차 애용자다. '동다기'에도 중국차와 비교해볼때 동다(東茶)의 색과 향과 맛은 조금도 차이가 없다고 했다. 더구나 키를 넘는 다산의 저술은 우리 민족의 금자탑이 되었다. 이것은 차를 통해서 초의스님과 추사 등과 교유하며 지켜낸 소유와 자득의 결정이다. 대나무 숲에 비가 내린다. 그 숲이 드리워주는 음음한 그늘속에서 산 차나무들은 향기 짙은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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