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대선, 고어 "웃다가 울다가?!"

플로리다 주 대법원이 수검표 결과의 개표 산입을 명령했다. 이에따라 이 명령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한국시간 27일 오전 중에는 플로리다 주 대선 승패가 판명날 전망이다.

그러나 고어 지지표가 가장 많이 나오던 데이드 카운티가 "대법원 지정 기한 내에 재검표를 마칠 수 없다"며 수검표를 중단해 버림으로써 대법원 판결은 오히려 고어쪽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반면 부시측은 주 대법원 결정에 반발해 연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 외에도 고어에게 유리한 '보조개 표'에 대한 유효 판결이 뒤늦은 23일 내려지고, 부시에게 유리한 '소인 없는 부재자 표'의 합산 문제가 또다른 시비 거리로 등장하는 등 혼미가 가중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부시쪽은 "유권자 투표를 무시하고 플로리다 선거인단을 주 의회가 뽑도록 할 수도 있다"고 어름짱을 놓기 시작했다. 미국 대선 개표가 더욱 혼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주 대법원 판결 = 주 대법원은 한국시간(이하) 22일 낮 11시50분(현지시간 21일 밤 9시50분) 쯤 대변인을 통해 42쪽 짜리 판결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대법원은 "카운티 개표위원회로부터 들어 오는 수정된 개표 확인을 주 선거관리위원회가 11월26일 오후 5시(한국시간 27일 오전 7시)까지 접수토록 판결한다"며, "선관위가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문을 열지 않을 경우 27일 오전 9시(한국시간 같은날 밤 11시)까지 접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주 선관위는 일요일에도 근무키로 23일 결정, 또다른 변수가 없으면 플로리다 승패 판정은 한국시간 27일 오전에 내려질 전망이다.

22일의 판결은 대법원 판사 7명이 심리 약 30시간만에 만장일치로 내린 것이다. 이같은 시한 설정은 12월12일까지로 돼 있는 주 선거인단 지명 시한을 지키면서 주 선거법이 정하고 있는 선거결과 이의 제기 시한을 최대한 적용한 결과로 풀이됐다. 때문에 주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명령이며 재심리가 요구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판결문은 이같은 판결의 이유를 "대법원은 국민들의 투표권이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최대의 관심사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우리의 목표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어떠한 것이든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결이 나오자 고어는 "민주주의가 바로 오늘밤의 승자"라고 환영했다. 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부시 후보와의 회동을 다시 제안하면서, "하나의 국가로 단합하는데 힘들어지지 않도록 양측 지지자들이 법원 판결을 포함해 어떤 논평도 삼가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부시측 연방 대법원 제소 = 그러나 부시측은 이 결정에 불복, 23일 오전 워싱턴의 연방 대법원에 상고다. 변호사들은 2건의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부시측은 크게 분노를 표시하면서, 모종의 다른 조치를 시사했다. 법률고문인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판사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넘어 사실상 선거법을 다시 쓴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 2주일 후에 법정이 규칙을 바꾸고 투표 결과를 산정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냈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부당한 결과를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개선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연방 대법원에 항소할 것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주 의회가 원래의 규칙을 확인하려 한다 해도 놀랄 일이 못될 것"이라고 말해, 문제를 플로리다 주 의회가 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뜻을 시사했다.

주 법은, 인증 받은 승자가 없을 경우 주 의회가 25명의 선거인단 지명권을 갖도록 명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화당측이 이 방안을 활용할 가능성을 주목했다. 주 의회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데이드 카운티 재검표 포기 =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가 역전승을 노리는 고어에게 필수적인 수작업 재검표를 23일 돌연 전면 중단, 부시가 오히려 유리해졌다. 카운티의 3인 개표위원회는 주 대법원이 제시한 시한 내에 작업을 완료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

데이드 카운티의 갑작스런 결정으로 고어는 지금까지의 이 지역 수검표에서 추가로 얻었던 157표를 다시 잃는 것은 물론, 역전승의 희망까지 사라지게 됐다.

앞서 카운티 개표위는 한국시간 23일 새벽 수검표 작업의 속도를 높이기로 결정, 고어측을 들뜨게 했으나 공화당원들이 거세게 항의함으로써 소란이 계속됐다. 그 후 로런스 킹 개표위원장은 "주어진 시간까지 정확한 재검표를 완전히 끝낼 수 없다"며 수검표 작업 포기를 결정했다.고어측은 카운티 개표위의 이 결정에 반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보조개.무소인 표 문제 = 주 대법원이 재검표 결과의 시한부 수용 결정을 내리긴 했으나, 재검표와 관련해 해결돼야 할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주 대법원도 22일 판결 때 이 문제에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펀치 카드에 구멍이 뚫리지 않고 움푹 파인 자국만 있는 '보조개 표' 수천표 처리 문제 경우, 고어측이 소송을 제기하자 팜비치 순회법원이 23일 "유효표로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브로워드 카운티는 철필로 구멍을 뚫으려 시도한 흔적이 있거나 천공밥이 기표난의 네 귀퉁이 중 한개에만 붙어 있는 표는 유효표로 간주해 왔다. 팜비치는 '보조개' 표는 대부분 무효 처리하고 있다. 재검표를 중단한 데이드는 천공밥이 2개 이상 붙어 있거나 구멍이 완전히 뚫린 표만 인정하다가, 투표자의 의도가 분명하다고 판단된 표를 유효표에 넣기로 방침을 바꾼 바 있다.

소인 없는 부재자 표도 1천500표나 무효처리 돼 시비거리가 돼 있다. 이것이 수용될 경우 부시는 적잖은 추가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숫자는 3개 카운티 재검표에서는 고어가 추가로 얻을 것으로 보이는 몇백표를 훨씬 능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문제가 된 부재자 표는 우체국 소인이 찍히지 않아 무효처리 됐던 해외 주둔 미군의 것. 부시측은 이 표를 무효처리하자 강력 항의해 왔고, 민주당 쪽인 플로리다 주 법무장관도 지난 20일 결국 "재검토하라"고 67개 카운티 선거감독위에 요청했다. 우체국 소인이 없더라도 서명이나 날짜 표시 등을 통해 선거일 이전에 보내졌다는 점이 인정되면 유효표로 처리토록 한 것.

이와 관련해 부시측은 "플로리다 주 내에서만 무려 13개 카운티에서 이런 해외 부재자 투표지가 확인됐다"며, 이를 인정하라고 23일 주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을 냈다. 부시측은 그동안 고어측 수검표 봉쇄에만 주력했을 뿐,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표가 유효로 인정된다면 부시는 종전 930표이던 고어와의 표 차를 1천500여 표로 늘릴 수 있어, 재검표에서 500여표를 뺏기더라도 승세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부재자 개표에서 부시는 65%를 얻었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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