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축구 월드컵 도전사

12월 1일.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다. 오늘 오후 부산에서 2002 월드컵 본선진출 32개국의 조추첨이 시작된다. 한국이나 공동개최국 일본은 물론 본선 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중국도 어떻게 조편성 되느냐에 따라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상당부분 달려있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 본선에 공동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하면서 통산 6번째, 5회 연속 본선진출을 기록하게 됐지만 도전사는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54년 스위스대회때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이후 지난 98년 프랑스대회까지 5개 대회에서 14차례 경기했지만 단 1승도 건지지 못한 채 4무10패의 비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진출 경기들을 되돌아보며 16강 진출을 위한 대책을 찾는다.쭑54년 스위스대회=6·25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았던 54년 한국은 월드컵 본선무대를 처음 밟았으나 내용은 부끄러운 기록도 많았다.

당시 한국은 중국이 기권한 가운데 벌어진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일제 36년을 앙갚음하듯 일본을 1승1무로 제치고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멀고 먼 길을 돌아 개막일을 이틀 넘긴 경기 당일 새벽에야 겨우 스위스에 도착했고 최악의 컨디션에서 정신차릴 틈도 없이 수모를 당했다.

1차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한 골도 뽑지 못하고 전·후반 무려 9점을 내줘 그때까지 본선무대에서 최다 점수차 기록을 경신했고 뒤이어 벌어진 터키와의 2차전에서 전열을 재정비했으나 0대7로 다시 완패했다.

서독과의 경기는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기는 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해보지도 못하고 귀국했다.

쭑86년 멕시코대회=스위스대회 이후 32년만에 다시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어느 때보다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으나 본선 1차전부터 축구 천재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강호 아르헨티나를만나 3골을 내주며 경기 내내 고전했다. 후반 27분 박창선이 25m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며 월드컵 본선 첫 골을 올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이어 첫 승의 상대로 노린 불가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1대1로 비겨 사상 첫 승점 1을 챙긴 것에 자족해야 했고 전 대회 우승국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는 2대3으로 패배, 1무2패로 예선 탈락했다.

쭑90년 이탈리아대회=아시아 최초로 2연속 본선진출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은 지역예선에서 8승2무, 30득점에 단 1실점만을 기록하며 16강을 넘어 8강도 노려볼 만하다는 강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3전 전패라는 참담한 성적표 뿐이었다.

첫 상대 벨기에에 0대2로 패한 한국은 다음 상대 스페인에는 1대3으로 무너졌다.이날 황보관이 날린 30m 중거리슛이 시속 114㎞로 '멋있는 슛 베스트 5'에 뽑힌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우루과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후반 25분 경기 지연을 이유로 윤덕여가 옐로카드를 받고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한데 이어 45분 오프사이드 지점에서 넣은 폰세카의 헤딩골이 득점으로 인정되는 등 아쉬운 심판 판정속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쭑94년 미국대회=최종예선 4차전에서 일본에 패해 중간순위 3위로 밀려난 한국은 일본이 이라크에 종료 10여초를 남기고 한 골을 내주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본선 입성에 성공했다.

본선에서는 첫 상대인 스페인을 맞아 후반 초반에 2골을 허용했으나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와 서정원의 연속골로 2골을 만회,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 열린 독일전에서는 전반에 3골을 먼저 내주며 야유를 받았으나 1차전 후반 투혼을 재가동시켜 2대3으로 경기를 마무리짓고 16강 희망을 살려나갔으나 첫 승리의 제물로 삼았던 볼리비아와 0대0으로 비기는 바람에 2무1패의 호성적속에 다시 16강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쭑98년 프랑스대회=지역 예선에서 9승2무1패의 성적으로 4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대표팀에 신인 10명을 전격발탁하며 승부수를 띄운 차범근 감독에게 1승2무를 주문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느 때보다도 참담했다.

첫 경기에서 하석주가 사상 처음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곧바로 퇴장당하면서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멕시코에 1대3으로 패하더니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네덜란드에 0대5로 참패했다.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띄운 한국은 마지막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했지만 1대1 무승부를 기록하고 또다시 16강에서 좌절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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