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엽총강도 제보 좀 주세요"

대부분의 강력사건들이 목격자나 범인 주변의 제보에 의해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신분 노출 및 보복 우려를 비롯한 이기주의 풍조가 번지면서 목격자들조차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아 경찰이 애를 먹고 있다.

기업은행 성서공단지점 엽총강도사건의 경우 발생 열흘이 지났지만 특별수사본부 및 각 경찰서엔 제보나 신고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들어온 제보 25건들도 대부분 '범인의 체형이 아는 사람과 비슷해 폐쇄회로에 찍힌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수준일 뿐 사건해결에 도움이 될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이번 사건 일부 목격자들은 귀찮고 신분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경찰의 확인요청마저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범인이 지난 8일 주인을 살해하고 총기를 훔쳐 간 대구시 봉덕동 ㄱ총포사 인근 주유소에서 한 남자가 경남 번호판의 흰색 중형차에 기름을 넣으며 총포사 전화번호를 물었다는 진술을 다섯차례나 찾아간 끝에 지난 18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또 범인이 차량을 불태운 달성군 화원읍 부근 가게에서 음식물을 구입해 갔다는 목격담 역시 4, 5차례 방문해서야 지난 15일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이 사용한 이태리제 미라지 총탄 역시 지난 9월부터 대구지역 총포사 5곳에서만 판매해 수요자가 한정돼 있고, 판매량도 적어 구입자를 탐문하고 있지만 일부 총포사가 비협조적이어서 수사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수사본부 한 관계자는 "몇년전만 해도 강력사건이 일어나면 시민들의 제보나 신고가 잇따라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며 "범인이 완전범죄를 노린 탓도 있지만 이번 엽총강도사건은 이상할 정도로 제보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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