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도시 대구'라는 홍보 문구가 적힌 시내버스가 대구 도심을 오늘도 분주히 오가고 있다. 대구가 살 길은 역시 첨단산업이란 얘기다. 하지만 대구경제를 낙관하는 대구시민은 많지 않다. 첨단산업에 대한 '비전'이 뚜렷이 제시되지 않은데다 첨단산업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지역경제의 새로운 비전을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 찾자는 의견은 이미 제시된 상태다. 따라서 이젠 지역사회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첨단산업 유치전략이 나와야 한다. 올해를 대구경제 첨단화의 원년으로 선포해도 좋을 만큼 주목할만한 사업들이 속속 결실을 맺는다.
먼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대구테크노파크 사업의 하드웨어 인프라가 거의 완성된다. 동대구벤처밸리의 대구벤처센터를 중심으로 경북대 창업보육센터(오는 5월 준공 예정), 성서 대구테크노파크 벤처공장(올해말 준공 예정)이 완공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성서첨단산업단지, 중진공협업화단지, 각 대학 창업보육센터 등과 연계된 첨단.벤처산업이 지역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첨단산업 육성전략의 핵심을 어디에 두면서 어떻게 지역경제를 효과적으로 첨단화시킬 것이냐는 점이다. IT, BT, NT, CT, ET 등 모든 첨단산업이 중요하나 백화점식 발전전략을 추구할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특성과 상황에 맞춘 유치 및 발전전략이 나와야 한다.
황영현 경북대 교수는 대구.경북 산업발전 세미나에서 "BT는 전 산업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으나 자본집약성이 강하고 제품개발기간이 길다"며 "우리 나라는 이제 BT기술 저변이 형성되는 초기단계"라고 강조했다. 정부차원에서 BT의 산업화를 촉진시키는 정책은 필요하나 지역경제가 BT를 통해 획기적으로 변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지역 유망 바이오벤처 CEO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BT도 다양한 수준이 있습니다. 게놈연구, 신약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는 몇몇 선진국 또는 정부차원에서나 추진이 가능한 게 사실입니다. 반면 지역에서 추진할 수 있는 틈새 BT분야도 많습니다. 기능성 식품, 생물농약 등 틈새시장을 노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분야가 지역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실패 확률이 낮아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점은 NT분야도 마찬가지다. 향후 9년간 2천억원을 NT분야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포항공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과 나노팹(나노 공동기기센터)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NT분야 연구가 이들 세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따라서 경북대 4개 단과대학 12개 학과 교수 38명이 '나노과학기술연구단'을 구성, 활동에 들어갔지만 대규모 국책연구사업 수행과는 거리가 있다.
결국 지역의 NT분야 연구는 다른 국책 연구기관의 성과를 적절히 응용, 지역 기업들의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
IT, BT, NT, CT, ET 등 여러 첨단 분야중 대구경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분야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을 포괄한 정보통신분야(IT)를 꼽는 사람이 많다. 지식기반의 첨단분야일수록 인재육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역 대학이 IT분야에 많은 인재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졸업생만 1만3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IT분야에서 기술축적이 이뤄졌고 인적자원도 풍부하다는 게 그 주장의 근거다.
특히 '한국 벤처기업 대표의 절반이 대구사람'이라는 소문이 나돌 만큼 지역의 IT분야 휴먼인프라는 막강하다. 또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올해 임원 승진자 중 경북대 출신이 전국 대학중 가장 많았다는 점도 이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려면 가장 경쟁력 있는 IT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IT분야 집중'은 지역대학에서 배출되는 우수인력의 벤처창업을 유도, 지역경제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데다 관련 주요 연구기관 및 우량기업의 지역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공장총량제 등 온갖 규제에도 불구 기업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감안할 때 '공장용지 저가공급' '행정지원 강화' 등의 전통적 방법만으로 유망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때문에 첨단산업 유치를 위한 환경조성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구를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은 기본입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내 고향에서 기업활동을 하겠다는 휴먼네트워크와 인적자원, 축적된 지식이 있다는 것은 분명 대구가 가진 장점이자 경쟁력입니다. 왜 대구시와 지역대학, 지역사회가 대구의 강점을 강화한 전략과 노력이 없는 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파트너십 부족과 전체 지역사회의 이익 보다 사익(私益)을 앞세우는 지역 지도층, 이로 인한 리더십 부재를 한탄하는 지역 벤처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테크노파크처럼 여러 기관이 공동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갈등과 대립이 없을 수 없다. 경산지역 5개 대학과 경북도, 경산시, 정부(산자부)가 출자한 경북테크노파크도 '핵심역량'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희술 경북테크노파크 단장(영남대 교수)은 5개 대학 특화센터와 참여기관들을 설득, 경북테크노파크 사업의 '핵심역량'으로 '정밀가공 금형기술'을 선택했다. 영남대가 기계공학부를 중심으로 국책공과대 선정 등을 통해 첨단기술을 축적해온 분야가 정밀가공 금형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경북테크노파크는 구미와 대구권에 산재한 전자 및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고정밀도의 항공.우주산업 등 첨단부품 생산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조만간 위기를 맞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테크노파크는 중소기업이 갖추기 힘든 첨단장비를 갖추고 축적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지역 중소기업에게 핵심기술을 이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희술 단장은 "대구테크노파크는 IT분야에, 경북테크노파크는 정밀가공 금형기술분야에 핵심 역량이 결집돼있는 만큼 두 분야를 특화하거나 결합하는 방식으로 대구.경북의 첨단산업 역량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효과적인 협력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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