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반도 전쟁 위기감 해소 성과

20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한반도를 휘감고 있던 위기감을 해소했다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천명한 것은 「악의 축」 발언 이후 우리 국민들 사이에 번져가고 있던 전쟁발발 우려를 불식시켜준 것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거둔 최대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미국의 구체적인 대북정책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 여부는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도 20일 저녁 김대중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서 『북한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미국측이 제시한 대화를 통한 조속한 해결이란 원칙에 북한이 대답하지 않을 경우 종전의 강경대응으로 회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포기와 조속히 대화에 응하라는 최후통첩의 성격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 및 재래식 무기=한미 양국은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어떤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많이 물러난 것으로 우리측의 주장이 많이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제의에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재래식무기에 대해서도 강하게 언급할 것이란 예상을 벗어나 부시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너머에 위협세력이 있다고만 밝히고 재래식 무기의 후방배치 등 구체적인 요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재래식 무기 감축에 대해 미국이 계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만큼 앞으로도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햇볕정책=부시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혀 폐기상태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북 포용정책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한국의 햇볕정책을 수용하지 않는데 대해 실망했음을 김 대통령에게 밝혔다』며 구체적인 성과를 낳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방한 직전 햇볕정책을 지지하지만 환상은 갖지 않고 있다고 밝힌 사실과 연관시켜 보면 햇볕정책의 효용성에 대해 회의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햇볕정책에 대한 미국측의 지지는 북한의 구체적인 호응이라는 메아리가 있어야만 계속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미 동맹관계=한미 동맹관계를 기존의 안보협력이란 범주에서 벗어나 정치.경제.외교 등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미 동맹관계를 미국의 대 테러전이라는 세계전략의 한 고리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동맹관계는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는 전기를 맞게 됐다는데 전문가들의 평가가 일치하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북한 정권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불변임을 확인시켜줬다.

그 하이라이트는 공동기자회견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자유롭게하고 대화에 응하며 북한 주민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음을 전세계를 상대로 증명하지 않는 한 그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고 한 것.

이는 지난해 3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지도자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다』고 한 말을 더욱 구체화한 것으로, 강도면에서 오히려 더 직설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정권에 대해 『주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하고 투명하지 않으며 외부와 단절된 정권』이라고 규정,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대북 대응에서 북한정권과 북한 주민을 철저히 분리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부시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의 축」이란 말은 북한주민을 두고 한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을 두고 한 것이며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으며 도라산역 방문 연설에서도 『북한 주민이 정권의 부속품으로 취급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점으로 미뤄볼 때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 대량살상무기와 함께 북한의 인권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포함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하며 시정을 요구하고 나올 경우 그동안 비교적 이 문제와 거리를 두어온 우리 정부는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햇볕정책과 「악의 축」간의 시각차가 어느정도 좁혀졌나.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큰데 앞으로 전망은.

▲김 대통령=미국의 정책과 우리 정책 사이에 근본적인 견해차가 없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한다. 또 한미 동맹관계가 양국의 국익을 위해 절대 필요하고 1차적인 과제라는 데 이의가 없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데 과거부터 의견이 일치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완전한 이해에 도달했다. 우리가 대화로 모든 것을 풀어 나가자고 진지한 제안을 한 만큼 북한이 하루 속히 대화에 응해서 남북간, 미북간 대화가 열리기를 바란다.

―「악의 축」발언이 햇볕정책에 어떻게 도움 되는가.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경의선 복구, 북미대화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레이건 대통령이 러시아를 「악의 제국」으로 표현했지만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대화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저는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을 자유롭게 하고 대화를 하고, 북한주민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세계를 상대로 증명하지 않는 한 그에 대한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북한정권은 투명하지 않고 굶주림을 방치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

미국은 전쟁 의사가 없고 한국도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 오로지 방어적 자세에 있다. 비무장지대 건너편에 위협세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는 것일 뿐이다.

「악의 축」이란 표현은 북한 정권을 두고 한 것이다. 주민들이 아니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북한에 대해 경제지원을 하고 대북특사를 파견할 용의가 있나. 그리고 김 대통령이 생각하는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부시 대통령=우선 북한이 대화를 하든 안하든 식량을 지원할 것이다.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6월 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진행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제의는 지금도 유효하다.

▲김 대통령=가장 만족한 부분은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가까운 동맹국 지도자로서, 가까운 친구로서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부시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에 4가지를 성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첫째 한미동맹관계를 굳건히 한다. 둘째 대테러 노력과 테러 근절에 같이 협력한다. 셋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문제를 해결한다. 넷째는 남북관계에서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들 문제에서 부시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 부시 대통령은 강력한 대화의지를 표명하고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국민들 일부의 우려도 불식됐을 것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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