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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화가의 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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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3류영화를 보면 화가나 사진작가가 자신의 모델과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발가벗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춘심(春心)이 생겨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느냐'는 일반적 인식 때문에 만들어진 얘기다. 실제로 그러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경우의 수는 아주 적다. 국내 화가들은 대개 직업 모델을 선호한다. 솔직히 선호하는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다. 우리 분위기에 친분도 없는 화가 앞에서 스스름없이 옷을 벗을 수 있는 여염집 여자가 몇명이나 되겠는가.

한 중견화가의 얘기. "몇년전 정말 맘에 드는 20대 초반 여성을 만났죠. 20여년간 숱한 누드를 그렸지만, 허리에서 엉덩이로 흐르는 선이 그만큼 괜찮은 여자는 처음이었습니다. 며칠간 따라다니면서 모델로 서 줄 것을 애걸했는데, 속옷을 입는 조건으로 겨우 허락을 받을 수 있었죠". 그후 그의 눈물겨운(?) 노력은 유흥업소 종사자, 용돈이나 벌려는 중년여성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가끔 모델을 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중견화가도 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그는 "처음 옷 벗기가 어렵지, 일단 모델을 하고 나면 그다음부터 본능적인 노출욕이 작용해 수월하게 한다"고 말했다.

사실 돈이 많다면 쉽게 모델을 구할 수 있겠지만, 화가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어디 그러한가. 몇년전에는 싼 모델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로 가는 붐이 일었다. 우리돈 5천원이면 금발의 글래머 여성을 하루종일 모델로 세울 수 있었다.

'뒤집어 본 한국미술(이규일 지음)'에는 누드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가 나온다. '예전에 자신의 딸이나 부인, 친구의 딸은 물론, 심지어 할머니 며느리 등을 모델로 세운 유명 작가들이 많았다. 김호걸 화백은 지난 83년 탤런트 정영숙씨를 모델로 개인전을 열었는데, 연기자인 정씨 조차 손 놓을 자리를 찾지 못해 땀을 뻘뻘 흘렸다는 에피소드를 남겼다고'.

그렇다면 화가들이 누드모델을 찾는 전제 조건은 뭘까. 굴곡이 뚜렷하거나 볼륨있는 몸매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고, 외형적인 면보다는 모델의 정신세계를 우선시하는 이들도 있다.

화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무엇보다 뭔가 찡한 느낌이 오는 모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남자의 본능적 욕구를 자극하는 모델이 최고라는 것이다. 화가가 끌리지 않는데 어떻게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그래서 미술관에 걸릴 뛰어난 작품을 그리는 바탕이 되지만, 가끔씩 모델과 사단을 일으키는 이유도 되지 않겠는가.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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