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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물갈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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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고가다 라디오에서 뉴스를 듣고 있노라면 많은 상념에 잠긴다. 작은 단어 하나가 주는 의미가 신경을 건드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신과의 응답이 급기야는 스스로를 울분의 상태로 몰아넣는다.어느 지방자치단체의 인사 내용이다. 목소리도 고운 아나운서가 읽는 뉴스의 줄거리는 한자리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모두 이번 인사이동의 물갈이 대상이 된단다.

물갈이? 물을 간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더러워진 물을 새 물로 교체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이번에 보직이 바뀌는 근무자들은 모두 지저분한 사람들이란 말이구나. 그러면 그 사람들은 또 어느 부서로 가서 물을 흐려놓을는지. 또 새로온 사람들은 어디서 물갈이를 당해 온 사람들인지.

도대체 정신이 혼란스러워 종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치면 물갈이를 한인사권자들은 몇해 동안 물이 썩도록 방치해 두었단 말인가. 지휘 감독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단 건가. 물갈이로써 그들의 소임은 끝난 것인지.한 국가의 품격은 공무원의 문화성숙도와 정신지수가 좌우한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는 유능하고 사명감이 투철한 인재들이더 많이 모여야 하고 거기에 걸맞게 사회적인 분위기도 보장되어야 한다.

묵묵히 자기 일에만 열심히 근무해온 봉직자들에겐 실로 한이 맺힐 말이 아닌가. 더구나 당사자 가족들이 그 이야기를듣는다면 그들의 심사가 오직하겠는가? 나아가 은연중에 어린 청소년들이 무의식적으로 이런 표현에 익숙해져 공직자는 무조건 물갈이의대상이고 깨끗하지 못한 존재라는 인식이 파고든다면 어쩌자는 건지. 그 폐해는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단순히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왜 그리 과민반응을 보이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언론들이 쏟아내는 표현기법을 보면 좀 더 신중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인들의 저속한 언어남발, 컴퓨터 통신상에서의 비속어, 은어 등의 홍수로 언어의 폭력성이 점점 범람하는 세태에 언론마저 이런 추세에 한몫 낀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암담할 뿐이다.

동양대교수·디지털패션디자인학과 전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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