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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이라크 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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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대 황제 중 가장 숭앙(崇仰)받는 이가 당 태종이다. 그에게는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가뭄과 병충해로 수년간 흉년이 이어질 때였다. 태종이 들판으로 거동해보니 농민들이 메뚜기 떼를 퇴치할 방법이 없어 허탈과 실의에 빠져있었다. 태종은 메뚜기 몇 마리를 집어 삼키며 "사람은 곡물로써 생명을 삼는다. 너희 무리가 어찌 소중한 내 백성의 곡식을 먹어 없애는가. 너희에게 영혼이 있다면 내 가슴을 갉아먹을지언정 내 백성을 해치지 말라"고 말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신하들은 혀를 내둘렀고, 백성들은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모두가 메뚜기 퇴치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 결과 온 나라에 격양가(擊壤歌)가 울려 퍼졌다.

▲당 태종은 소위 정관(貞觀)의 치(治)를 열어 제국의 기반을 확고히 한 인물이다. 여러 지혜로운 언행들로 후세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가 이상(理想)정치의 한 표상으로 회자되는 것도 그런 덕행들 때문일 것이다. 당 태종과 관련한 맹자의 정치관 또한 동양 정치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맹자(孟子)는 정치를 왕도(王道)정치와 패도(覇道)정치로 구분 지었다. 패도는 힘으로 인(仁)을 가장하는 것을 말하고, 왕도는 덕(德)으로 인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맹자시대 이후 왕도정치는 중국의 정치이상으로 자리잡아 한국 등 동양 정치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부시의 전매특허가 된 '악의 축' 발언은 외교적 수사라기보다 종교적·윤리적 술어에 가깝다. 9·11사태 이후 그가 보여준 행동에는 적지 않은 신교적 엄격주의자의 냄새가 배어난다. 싫든 좋든 이러한 부시의 캐릭터는 세계 질서의 중심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것이 어제 통과된 이라크 결의안의 생성배경이다. 11일 미국 상·하원은 부시의 주문에 따라 유엔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결의안은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의 지속적인 위협으로부터 미국 국가 안보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으로 군사력을 사용할 권한이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의 패권적 일방주의에 불만을 가진 세계 각국의 심정적(?)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압력이 두려워 대놓고 맞서지는 않겠지만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해서는 모두가 떨떠름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많은 국가들이 문명적 융합을 통한 국제적 표준의 수립이 아닌 미국적 표준의 세계화를 강요하는 미국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힘으로 인(仁)을 가장하는 행위'가 없었는지를 재삼 성찰해보아야 할 것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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